[충청매일] 사학비리와 사립학교법 개정이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19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에 따르면 교육부의 사학비리 척결이 지지부진하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를 상대로 칼을 들이 대는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사교련은 대학구성원 1천100여명으로부터 동의 서명을 받아 이번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가 감사한 32개 사립대 중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 등 관련법을 위반했으나 형사고발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1건 뿐이다”며 교육부와 사립대 간 유착관계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학들의 사립학교법 위반 등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오죽 시원찮았으면 교수들이 나섰을까 싶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밝힌 ‘사학 비리 현황’은 충격적이다. 박 의원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93개 사립대학에서 교육부나 감사원에 적발된 회계부정·비리 건수는 총 1천367건, 비위 금액은 2천624억원에 달했다. 사립대학 1곳당 평균 4.7건, 9억원이 넘는 규모다. 심지어 전체 사립대학의 31%는 1979년 이후 정부의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자료는 교육부가 각 대학으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것으로, 실제 비위 실태는 더 클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비리 유형은 천태만상이다. A대학 이사장 며느리는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학교에 총장 관사로 넘겼다. 이 아파트의 시가는 3억3천만원 상당이었으나 학교에 매도한 금액은 4억5천만원으로 1억원이 넘는 부당 차익을 챙겼다.

B대학 이사장 자녀는 정식 절차 없이 학교에 채용된 뒤 출근도 하지 않은 채 5천만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C대학에서는 총장이 학교 법인카드로 골프장 비용 2천여만원과 미용실 비용 300여만원을 사용하고, 교직원은 유흥주점에서 1억5천만원을 넘게 지출하기도 했다.

사립대학 비리에 더욱 분노하는 것은 예산 대부분이 학생·학부모가 낸 등록금과 국비 지원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한해 사립대학에 투입되는 국민혈세는 7조2천억원 정도다. 이 돈을 엉터리로 써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감사도 솜방망이로 진행되다보니 비리천국이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비리는 이른바 ‘패밀리 경영’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사학재단 설립자나 이사장,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사학비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학재단 이사회의 개방이사를 대폭 확충하고, 이사회 회의록 작성과 공개 강화, 회계부정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최근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사립학교법이 하루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일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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