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나무·돌로 지은 불가사의‘포탈라 궁’
흙·나무·돌로 지은 불가사의‘포탈라 궁’
  • 충청매일
  • 승인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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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교수의 티베트 기행 ⑧
   
 
  ▲ 인공호수 용암담에서 바라본 포탈라 궁의 위용.  
 

라사에서의 첫 일정은 조캉 사원 방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캉 사원을 중심으로 둘러 싸고 있는 바코르 거리에 차를 세우고 사원 앞 광장으로 들어서니 4~5m정도 높이의 주니퍼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자욱한 사이로 향을 피우는 티베트족들, 오체투지(五體投地)하는 순례자들과 관광객들로 꽉 들어차 법석을 떠는 형국이다.

평일은 이렇게 많지 않은데 매주 수요일은 참배의 날이라 오늘은 이렇게 사원 내 외 곳곳이 붐빈다는 양길수 군의 설명이다.

주니퍼 향로를 지나 사원 입구에 다다르니 사원을 향해 절(오체투지)을 하는 사람들로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을 정도다.

줄을 서 기다린 끝에 사원 안으로 들어서니 괴기스런 보호신들의 상 아래로 비치는 야크 버터램프 빛을 밟으며 밀려간다.

대법당의 거대한 여섯의 조상 앞을 지나 ‘옴마니 받메훔’(‘연꽃 속의 보석이여 영원하소서’란 뜻이 담긴 우리나라 불가의 ‘관세음 보살’ 주문과 같은 내용임)을 웅얼거리는 티베탄들을 밀치며 옥상에 오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광장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금으로 칠해진 호화로운 조캉의 지붕장식을 감상하기도 한다. 한 층을 더 오르니 멀리 포탈라 궁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아래로는 바코르 거리 풍경이 한 눈에 잡힌다. 다시 밖으로 나와 광장을 돌며 불구(佛具)와 기념품, 돔부(목재로 만든 1m 길이 정도의 버터 차 통) 등 특산품을 파는 거리를 걷기도 하며 촬영을 한다.

건물 처마 밑이나 광장 이곳저곳에 앉아 쉬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의연하다.

조캉 사원은 티베트 최초로 통일의 위업을 이룬 송첸 캄포왕이 네팔 출신 왕비 데이슨 공주가 가져온 불상(아크쇼부야)를 모시기 위해 건축했고, 같은 무렵 또 다른 당나라 출신 문선공주가 가져온 불상(조오 사캬무니)을 다른 신전에서 이곳으로 옮겨 그 때부터 문선공주가 가져온 불상 조오(jowo)에 법당이라는 뜻의 캉(khang)을 붙여 그 유래가 됐다고 한다.

어쨌건 조캉은 티베트인들에겐 가장 성스러운 사원으로 대접받으며 순례자들의 최종 목적지로 포탈라 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성소로 자리매김 됐다고 한다.

조캉 사원을 감싸고 있는 듯한 바코르 거리는 라사에서 명실상부한 심장부여선지 순례코스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북적대는 항상 붐비는 곳이다.

티베탄들과 가장 가깝게 몸 부딪히는 곳이기도 한 이 거리엔 각종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상업지구로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았다. 조캉 사원에서 라사시 북서쪽 암산(岩山)에 우뚝 서 있는 포탈라 궁 까지는 잠깐이다.

티베트 최고의 상징물 중 하나인 이 궁은 궁전이자 사원이며 정교(政敎)일치의 티베트 통치기관이기도 했다. 그래서 건물의 색도 백색은 정치를, 홍색은 종교를 상징한다고 한다.

고도 130m의 언덕에 세워진 117m 13층 높이에 300m폭의 못하나 사용함 없이 흙과 나무와 돌로 지어져 불가사의한 건물로 인정받고 있으며, 황금을 입힌 정통양식의 구리기와 지붕은 화려한 빛을 발해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그 전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다만 포탈라 궁 앞 길 건너 예전 티베트인들의 거주지였던 자리에 광장을 만들고 중국의 오성기가 나부끼게 한 것과 그 바로 옆 용암담이란 조그마한 호수를 만들어 거기서 배를 타고 노니는 행락객들을 보며 이것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화혁명 당시 저우언라이(侏恩來)가 자신의 군대를 앞세워 궁을 보호했기에 궁의 본 모습을 지금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이곳저곳 재래시장까지 둘러보느라 많이 걸은 탓에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니 몸은 숨죽은 파김치가 된다.

내일은 남쵸호수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라 짐을 정리하고 좀 일찍 피곤한 하루를 눕힌다.

5일 아침, 티베트는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 제외지역이라 호텔 근처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출발이후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한다.

이곳 사정을 모르는 아내의 전화 자주 안한다는 핀잔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남쵸호로 향하는 길 좌우로는 풍취초저견우양(風吹草低見牛羊), 바람부는 풀 언덕 낮은 곳에는 소나 말, 양들이 풀을 뜯는다는 말 그대로다. 설산 아래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거니는 양떼들이 한 폭의 그림이다.

라사와 남쵸호수 중간쯤인 청장공로상의 담숭이란 마을에서 점심을 하고 커피를 한 잔 타 마시며 무심코 멀리 설산을 바라보다 보니 길이가 족히 1㎞ 됨직한 흰색의 텐트촌이 눈에 들어온다. 티베트인들의 대규모 시알랑 축제인 것이 분명해 서둘러 텐트촌으로 차를 몬다.
가까이 가니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란다.

텐트촌 안에는 트럭, 승용차, 오토바이 등이 널려 있고, 카우보이 모자 모양의 펠트모를 눌러 쓴 여인 등 각 부족의 남녀 가족들이 각기 다른 전통 복장을 하고 활보하는 것이 생기가 넘쳐 보인다.

텐트촌 중앙 광장에는 점심시간인지 행사는 없고 텐트 앞에는 들짐승 가죽을 펄쳐 놓고 파는가 하면 아이스크림 등 식품 잡화부터 야채까지 팔고 사는 유목민 특유의 시장 바자르가 서고 있어 흡사 옛날 우리네 시골 마을 난장 트는 광경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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