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이 영춘에서 북진으로 돌아온 지 사흘 뒤부터 북진나루에 뗏목들이 당도하기 시작했다. 북진나루에는 때 아닌 구경거리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강 복판으로 가물가물하게 떠내려가는 뗏목들은 수없이 봐왔지만, 그 뗏목이 강가 나루터까지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다보니 좀처럼 볼거리가 없던 마을사람들에게 줄줄이 들어오는 떼 동가리가 여간한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저 떼들이 한양으로 안 가구 왜 여로 오는 거여?”

“우리 북진에 새장터를 만들고 거기에 전을 맹근다잖어.”

“그러니께 저 낭구들이 가게 지을 거구먼!”

“우리 마을에 새장터가 맹글어지면 워떻게 되는겨?”

“뭘 워떻게 돼. 장보러 읍내까지 안 가도 되니 좋아지는 거지!”

나루터 강가에서 들어오는 떼를 구경하던 마을사람들이 제각각 떠들어댔다.

북진나루에 뗏목이 들어오자 강가가 부산해졌다. 이미 뗏목이 나루에 닿기 전부터 최풍원은 상전 객주들을 모두 소집하고 동몽회원들까지 준비를 시켜놓고 있었다. 여각을 짓는 일이야 워낙에 손이 많이 가고 공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니 시간을 가지고 진척시킬 일이었지만, 북진장터의 상전을 짓는 일은 팔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끝을 내야했다.

북진여각이야 지금 쓰고 있는 공간으로도 그럭저럭 꾸려나가다 새집을 지어 옮겨가면 될 일이었지만 상전은 그렇지 않았다. 상전은 한시가 급했다. 상전은 당장이라도 장사를 해야 할 공간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리해왔지만 북진여각은 직접 산지에 나가 물건을 도거리하거나 청풍 인근에 흩어져있는 임방으로부터 각 고을의 산물을 모아 충주의 윤왕구 상전으로 넘기는 일을 해왔다. 그리고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 받은 물산을 준비하여 공납을 하기도 했다. 그런 장사를 하는 곳이 여각이라 여각에서는 장꾼들을 상대로 소소한 물건은 팔지 않았다. 그러나 임방은 사정이 달랐다. 청풍 인근 마을마다 산재해 있는 임방들이 지금가지 해온 일은 장꾼들을 상대로 직접 물건을 팔고 사는 일이었다. 그런데 임방들이 문을 열지 못하면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없으니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에 북진에 장을 새로 만들며 청풍 인근에 흩어져 장사하던 임방들을 한데 모을 계획이었다. 임방들을 북진장으로 모아 도중을 결속시키고 임방과 거래하던 마을사람들을 북진장으로 유도하여 상권을 넓혀 장차 청풍도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장마가 오기 전에 상전 짓는 일을 끝내지 못하면 가을까지 미뤄야 했다.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는 집 짓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네다섯 달 임방들이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못하면 그동안 임방과 거래하던 장꾼들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청풍장으로 발걸음을 옮겨갈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북진여각과 임방에서 다져놓은 기반과 상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장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북진여각과 임방들의 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장마가 오기 전 북진장에 상전 짓는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객주님들! 천지개벽을 하더라도 상전 짓는 일을 두 달 안쪽에 마쳐야 합니다! 여기 모이신 객주님들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우리 도중회 일이기도 하지만, 객주들께서 장사를 할 집이기도 하니 성심을 다해 힘을 써주기를 부탁합니다.”

최풍원은 북진장으로 옮겨올 상전 객주들을 독려했다.

“대행수께서 그리 말씀을 주지 않아도 있는 힘을 다해 상전을 지을 것이외다!”

“돈을 내놓아 도울 형편도 못 되는데 힘이라도 몽땅 보태야지유.”

“이제부터 북진에 터를 잡고 살터인데, 자자손손 물려 장사를 할 수 있게 탄탄하게 맹글어봅시다요!”

객주들은 자신들이 장사를 할 터전을 만드는 일인데도 집 짓는 일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들이었다.

“아닙니다요, 객주님들!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북진여각이 어떻게 굴러가고, 북진장을 어떻게 만들 생각을 하고, 이런 상전 지을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모든 게 여러 객주님들 덕분입니다!”

최풍원이 객주들에게 진심을 다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객주님들께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치사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최풍원이 객주들에게 어떤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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