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참?”

심봉수가 뗏목꾼들을 알아보겠다며 밖으로 나가려다 무엇인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돌아섰다.

“왜 그러시오?”

박한달이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녁은 모두들 지 집으로 모시겠습니다요!”

심봉수가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청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이내 방을 나갔다. 심 객주가 뗏목꾼들을 수소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후에도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장사 이야기로 담소를 계속하였다. 서태술은 평생 목상을 하며 겪어왔던 일들과 자신이 처음 이 일에 끼어 들 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달라진 나무장사에 대해 이야기했고, 최풍원 역시 이제껏 장사를 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최풍원보다 서태술이 한참이나 연상이었지만 서태술은 최풍원에게 하대하지 않았고 최풍원 역시 서태술을 깍듯하게 공대했다.

종일 영춘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난 후 최풍원 일행과 서태술이 심봉수의 집에 모인 것은 석양이 뉘엿뉘엿 질쯤이었다. 북벽을 휘돌아 흐르는 남한강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심봉수는 영춘에서 용진나루로 가는 강가 길목에 살고 있었다. 심봉수의 집은 서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당에는 태화산이 그득하게 들어 와있고 북벽이 눈앞에 가득 차 보였다. 마당 왼편으로는 소백산 형제봉이 우뚝하고 깎아지른 듯한 강가 절벽 위에는 오래된 성벽이 희미하게 보였다. 심봉수의 집은 전형적인 살림집 형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전도 아닌 어중 띤 모양새였다. 집 규모와 모양새로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틀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왕래가 잦은 요지에 자리하고 있어 집을 조금만 손보면 북진여각의 영춘 상전으로 삼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심 객주, 여각에서 물건을 공급받아 장꾼들에게 넘기고 팔기에는 집에 좀 문제가 있어 보이오?”

최풍원이 심 객주 집을 돌아보더니 하는 말이었다.

“남의 마름을 봐주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는 목상이 주업인지라 용진나루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요. 그리고 뗏일이 잠시 잠잠할 때 소일로 경상들 물건을 받아 요기 집에서도 팔고 지가 등짐을 지고 인근을 돌며 팔기도 했습니다요. 그러다 지난번 북진여각에서 있었던 회합에 참석했던 것이지요. 나무를 다루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치기도 하고 해서 이제 그만 정리하고 전을 하나 차려 본격적으로 장사를 해볼까 합니다요.”

“심봉수가 최풍원에게 자신의 계획을 피력했다.

“이제껏 덩어리 큰 목상 일을 하다 자잘한 물건이나 파는 장사가 성에 찰까?”

서태술이 심봉수 이야기를 들으며 허기지는 소리를 했다.

“덩치는 커도 마름하는 놈 처지는 매 한가지입니다요. 많이 벌면 한양 주인어른이 많이 벌지, 지 같은 놈이야 품 파는 처지에 뭘 더 벌게 있겠습니까요. 그리고 이 일도 이젠 이전과는 달라 점점 더 고달퍼지기만 하고 재미는 없습니다요.”

“나무 베서 묶어 보내는 일이야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질 것이 뭐 있소? 그런데 뭐가 더 어려워질 것이 있단 말인가?”

박한달이 물었다.

“이전에는 물이 흐르는 인접한 곳에 벌목장이 많았지만, 몇 년 사이에 목재하고 땔감수요가 부쩍 늘어나자 점점 깊고 험한 산중으로 벌목장이 들어가고 있소. 이전에는 벌목장에서 베어진 나무를 물가로 옮기는데 열 이면 되던 것이 이제는 스무 명, 서른 명을 써도 예전만큼 물량을 옮기지 못하오. 그러다보니 이전보다 그만큼 힘들어진 게 아니오. 그런데도 한양의 큰 목상들은 엄청 나게 늘어나 서로 자기 나무를 팔려고 이전보다도 싸게 내놓으니 일하는 사람들은 일은 몇 배나 힘들어졌는데도 품삯은 외려 떨어지고 있으니 지 같은 새끼 목상을 하는 사람은 위아래 눈치 보느라 이중삼중으로 힘이 든다오!”

심봉수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세월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은 없고 다들 살기 힘든 얘기만 하니 언제나 좋은 시절이 온단 말이오?”

심봉수나 박한달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손님들 뫼셔놓고 뭔 쓸 다리 없는 얘기만 늘어놓고 있디야. 어르신, 대행수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심봉수가 사설을 멈추고 허둥지둥 일행들을 방안으로 인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