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하루에 얼마나 떠내려간다는 말이오?”

얼른 계산이 서지 않는지 박한달이 심봉수에게 물었다.

“저런 떼가 스무 바닥만 내려가도 일만 냥이오!”

심봉수가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좀 전 그 뗏목을 다시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 사이 뗏목은 더 하류로 떠내려가 아까보다도 더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일만 냥이오! 그깟 나무라고 우습게봤더니 그게 아니구려!”

박한달이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 객주, 그나저나 우리도 상전을 지어야하는데 어느 정도나 나무가 필요하겠소이까?”

최풍원이 심봉수에게 상전을 짓는데 필요한 나무의 양을 물었다.

“상전 한 채에 세 칸씩, 물목별로 지으려면 최소한 열 채는 필요할 테니 서른 칸 잡고 기둥으로 쓸 부동떼 두 바닥과 중방, 상방, 서까래에 쓸 나무 열 바닥은 필요할 듯 싶습니다요.”

“그럼 그게 얼마나 되오?”

“부동떼 두 바닥이면 삼백 냥에, 가재목떼 열 바닥에 오백 냥은 되겠습니다요.”

“나무만 팔백 냥이니 이래저래 이천 냥은 들어가겠구려.”

“어쨌든 집이 열 채나 되는데 그거야 안 들어가겠습니까요?”

“심 객주, 돈도 돈이지만 나무도 없이 상전을 지을 수는 없지 않소이까? 어떻게 나무를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겠소이까? 갈수기도 곧 닥친다는데 그 전에 안 되겠소이까?”

다급한 마음에 최풍원이 거퍼 물어댔다.

“대행수님, 우리 도중 일인데 저라고 어찌 몸이 달지 않겠습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봄 떼도 막바지라 나무들이 엄청 달리고 있습니다요.”

심봉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목재들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우리 상전 하나 지을 목재가 없다니……. 심 객주가 한 번 수소문을 해봐주시오! 여름이 오기 전에 지붕은 올려놔야하지 않겠소이까?”

최풍원이 다시 또 부탁을 했다.

“대행수가 그리 다급해하시니 헛걸음하는 셈치고 저와 같이 누구를 한 번 만나러 가보십시다요.”

“누구를?”

“마침 며칠 전 한양에서 목상이 올라와 용진 객주집에 머물고 있는데 가서 만나보시지요.”

심봉수가 최풍원 일행을 이끌고 주막거리 안쪽 번뜻한 집으로 들어갔다. 객주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에는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 번잡스럽게 행장을 차리고 있었다. 객주집은 주막집과는 달리 객방들이 줄줄했다.

“아침나절부터 자네가 무슨 일인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심봉수를 보고 한 사내가 아는 체를 했다.

“한양에서 온 목상 안에 계신가?”

심봉수가 턱으로 객방 중 한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어제부터 두문불출이시네.”

“무슨 일이 있으신가?”

“나야 모르지. 들어가 보게!”

사내가 심봉수에게 방으로 들어가 보라며 길을 열어주었다.

대체로 목상들은 한양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상들이 벌목장이나 뗏목을 매는 나루터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목상들은 대부분 한양의 나루터나 도성 가까이 거주하고 산지에는 새끼목상을 두고 나무장사를 했다. 일테면 심봉수는 새끼목상인 셈이었다. 자금이 많은 대목상은 벌채에서부터 뗏목을 엮어 한양까지 나루고 이 제목을 파는 일까지 모두 관장했고, 중·소목상은 벌목공을 고용해 벌채에만 자금을 대거나, 아니면 떼를 엮어 뗏목을 만들어 한양까지 운반하여 파는 것을 각기 나누어 담당했다. 이들 목상 외에도 뗏목으로 내려온 나무와 재목, 그리고 장작 같은 땔감을 목상들로부터 싸게 사들여 도매로 사고 팔던 장사꾼들도 있었다. 한양의 뚝섬이나 광나루에는 강원도 산간에서 벌채하여 남한강이나 북한강을 타고 내려온 나무를 파는 목상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목상 어르신, 심봉수이옵니다!”

심봉수가 객방 앞 마당에서 고했다.

“…….”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가 뵈어도 되겠는지요?”

객방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심봉수가 다시한번 예를 다해 고했다.

“들어오게나.”

그러고도 한참만에야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심봉수를 따라 최풍원과 박한달이 함께 객방 안으로 들어섰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