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사무실 동쪽 창으로 우암산이 훤히 보인다.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산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암산 순환도로에 벚꽃이 만발하면 산은 온통 흰색으로 물들고 바람 타고 날아오는 아카시아 향기로운 내음이 사그라지면 우암산은 짙푸른 녹색으로 물든다. 어릴 적 동네 야산을 뛰어다니며 돌던 시절, 나는 산에 소유주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토끼, 노루가 뛰어다니고 산머루가 지천으로 익어가는 산은 주인 없이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암산 소유주는 누굴까 궁금해 검색해보니 ‘청주 우암산 순환도로 땅 주인들에 대한 보상이 44년 만에 이뤄진다’는 신문기사가 눈에 띄었다. 청주 시내 학교 교가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암산, 청주시를 대표하는 산의 소유주가 여럿임은 분명하다.

최근 도시공원 일몰제가 이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 관리 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용도에서 자동 해제토록 한 제도이다. 2000년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은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는 도시계획시설을 2020년 7월 1일을 기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사유지에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 규정의 근거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면 당연한 판결이다. 소유주 입장에서 보면 수십 년간 사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희생한 셈이다.

그러나 개발이 모든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도시가 커지면서 외곽으로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고 새로운 경제 상권이 조성된다. 최근 청주 동남지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봄이면 언덕에 핀 복사꽃을 바라보거나 용박골 입구 수양벚나무를 찾아가던 일은 추억이 되고 말았다.

청주 구룡산 공원 개발을 두고 청주시와 시민단체 간 갈등을 빚고 있다. 구룡산은 산남동, 성화동, 개신동을 품고 있는 산으로 원흥이 방죽과 두꺼비를 지켜낸 주민에게는 더욱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소유주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1년 앞으로 서울 면적의 절반 규모의 도시공원이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내년 7월부터 전국 4천 곳이 넘는 공원이 공원 부지에서 해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제 대상 공원 부지 가운데 38%인 130㎢를 꼭 지켜야 할 우선 관리 지역으로 정해 향후 5년간 공원 조성 추진, 부지를 매입하는 지자체에 대해 지방채 이자 지원을 70%까지 확대하는 등의 대책 내놓았다.

충북에 248개소, 청주에만 68개소의 도시공원이 있다. 이 많은 공원을 관에서 매입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절충하는 일이 더 어려워 보인다.

머지않아 우암산에 밤꽃이 필 것이다. 상수리가 익어가고 갈꽃이 피고 질 것이다. 구룡산도 부모산도 명심산도 단풍 들고 눈꽃이 피어날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자본과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 없지만, 그만큼 보존하고 지켜야 할 곳이 많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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