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정치인들의 막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연구라도 해서 나오는 듯 연일 ‘센 말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국회 여·야에 청와대까지 가세한 막말 퍼레이드에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 극에 달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막말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권파와 연합파(안철수·유승민계)로 갈라져 집안싸움에 한창인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22일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면전에 대고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공격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지명직 최고위원 및 주요 당직에 대한 임명철회’ 등 5개 안건의 이날 최고위원회의 상정을 손 대표가 일괄 거부한 데 따른 반발 속에 나온 말이었다. 곧바로 임재훈 사무총장이 “손 대표의 정책과 비전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손 대표의 연세를 운운한 발언은 유감”이라고 질책했지만 노인폄훼성 발언에 또 다른 파장을 낳지 않을지 걱정된다.

여야는 선거제 개정안 등이 담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도 이후 상대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도둑놈’이라 표현했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좀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이달 11일 한국당 대구 집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달창(달빛창녀단)’이라는 혐오성 용어를 사용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5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처리 없이 광주를 방문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이를 반박하다 문 대통령을 ‘한센병(문둥병)’에 비유해 막말의 정점으로 치달았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거론하며 사실상 한국당을 비판하자 21일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청와대는 즉각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에둘러 비판했다.

도 넘은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지지층을 만족시키고 내부 결집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어 막말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막말은 일시적으로 지지층을 모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공멸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성 발언이 잇따를수록 국민을 분열시켜 분노와 갈등을 키우고, 이는 국민들의 정치 외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막말 정치인이 판을 치는 국가는 희망이 없다.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다. 막말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저급한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을 잊지 않고 있다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 겸손하고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일부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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