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나무가 우거진 형태의 생태계를 숲이라 한다. 숲은 여러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상생의 공간이다. 사람에게도 무한한 가치를 제공해 준다. 기후변화 억제, 미세먼지 저감, 대기온도 조절의 기능도 한다. 물을 정화하고 저장하고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추억을 남겨주기도,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자 숲이다. 하지만 인구의 90%는 국토의 16%에 불과한 도시에 모여 산다. 도시지역의 숲과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 건강과 휴양, 정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정해 놓은 것이 도시공원이다. 도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도시기반시설이다.

도시 숲이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즉, 도시공원으로 지정하고도 10년이 넘도록 공원조성을 하지 않은 곳은 2020년 7월부터 일괄적으로 해제된다. 전국 도시공원 면적의 50% 이상이 실효 대상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2009년 국토부는 민간공원특례제도를 만들었다. 5만㎡ 이상의 공원에 대해서 민간공원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였는데, 민간사업자가 공원부지의 30% 이내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 채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아파트단지 조성이다. 마치 70%의 공원을 존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책인 것처럼 포장돼 왔다. 하지만 공원부지 내에 많은 면적의 국공유지가 포함돼 있고, 공원지정이 해제되어도 개발이 어려운 높은 경사지의 임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익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궁여지책일 뿐이다. 정부와 자자체들은 그 밖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의 441개 도시공원 중 장기 미집행 공원은 68개, 이중 2020년 일몰대상은 38개로 35%가량이다. 청주시는 이중 규모가 큰 8개의 공원에 대한 민간공원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6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전부터다. 지나치게 발 빠른 대응 덕에 선택의 폭은 좁아졌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장애가 됐다. 주민들의 사전 동의나 시민사회와의 협의가 없었기에 논란과 갈등은 증폭됐다. 민선7기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 대안 모색을 위한 도시공원 민관협의체가 본격 가동됐다. 시민·공무원·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가 18차례 회의를 개최했고, 4월 초 청주시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8개 공원 중 6개 공원은 민간개발 추진, 매봉공원은 민간개발을 추진하되 비공원시설 최소화, 구룡공원은 일부 부지매입을 병행하되 민간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시의원, 민간위원들은 협의내용과 다르다며 즉각 반발했고, 도시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공원일몰제 대책과 거버넌스 운영’을 청주시장 공약사업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던 필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왜, 공원조성과는 민선 6, 7기를 이어가며 몇 년 내내 도그마처럼 오로지 민간공원개발만 집착하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공교롭게도 두꺼비생태공원 부근 구룡공원이 논란의 중심이다. 2004년 뜨거웠던 국면에서 필자와 박완희 시의원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이끌며 두꺼비서식지보전활동을 펼쳤다. 한범덕 시장은 당시 충북도 정무부지사로 조정과 중재 역할을 주도했다. 차선 아니면 차악의 성과라도 도출해 보자는 진정성이 모여 상생협약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 도시공원을 조금이라도 더 살려보려는 마음도 같을 것이다. 생각과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마음들을 잘 모아내기만 한다면 새롭게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도시와 공원을 위해 아직은 그 가능성을 믿고 싶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