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상전이니 일반 가옥처럼 그렇게 품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아니오?”

박한달이 심봉수에게 물었다.

“그야 그렇지요. 그렇지만 상전도 사람이 들어가 일을 해야 하니 그렇게 건성으로 지을 일은 아니지요!”

“어떻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이까?”

최풍원이 박한달처럼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임금 사는 대궐도 아니고, 대갓집 저택을 짓는 것도 아니고 그깟 상전 예닐곱 채 짓는 걸 뭘 그리 공을 들인단 말이오?”

심봉수는 상전 짓는 일을 밥 짓 듯 말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렸다.

집도 천의 얼굴, 만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 모양이 그 모양처럼 보이지만 집만큼 다양한 형태를 지닌 구조물은 없었다. 이 세상에 어떤 집도 똑같은 것은 없었다. 그 안에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또 집은 환경에 따라 용도에 따라 집을 짓는 주인의 형편에 따라 모양이 달라졌다. 사람집이고 짐승집이고 벌레집이고 세상에서 집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집이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벌레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그 무언가가 들어가 사는 공간이란 점이다. 그래서 그 무엇이든 자기 집을 지을 때는 모든 정성을 다 쏟아 붓는 것이 집을 지을 때 우선으로 가져야하는 마음다짐이었다.

“심 객주, 물건을 쟁여놓거나 늘어놓고 팔면 되는 전이니 비바람이나 막으면 될 일 아니오, 그냥 가가에 벽이나 세우고 지붕이나 올리고 흙이나 치면 되지 않겠소?”

박한달이가 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박 객주, 가가에 벽이나 치고 지붕이나 올리면 된다고요. 그깟 가가라면 뒷동산에 올라가 구불고 휜 나무나 옹이 배긴 아무 나무나 잡아다 하루에 열 채라도 짓겠소! 그러나 집이나 상전은 한 번 지어놓으면 최소한 수십 년은 써야할 것 아니오. 만약 그렇게 쉽게 지었다가 기둥이 휘고 대들보라도 뒤틀려 무너진다면 누굴 원망하겠소이까? 개부랄도 모르는 것들이 송이 따라가고, 거시기도 모르는 것들이 오입질 간다고 그저 막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심봉수가 화가 나서 막소리를 했다.

“이보슈, 심 객주! 말이 너무 심하지 않소?”

“집 짓는 것을 너무 수이 하니 하는 말이오!”

“두 분 객주님들 잠시 진정하시오. 그리고 심 객주는 어찌하면 좋겠는지 그 방안을 말해 주시오. 나는 상전 짓는 일이 몹시 급해서 한 말이니 너무 곡해하지는 마시오.”

최풍원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성급한 마음에 쉽게 생각했던 마음을 사과했다.

예전부터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최풍원 역시 이처럼 급하게 상전을 꾸며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청풍장날 청풍도가를 성토한 일을 벌인 후 시시각각으로 압박해오는 읍내 상인들의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진여각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워야했다. 밀리기 시작하면 망해야 끝나는 것이 장사였다. 죽지 않으려면 대거리를 해야 했다. 대거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이 북진에 장을 열고 저자거리를 만들고 상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것을 결정한 것이 불과 한 달 전 도중회의에서였다. 그리고 갈수기가 되기 전에에 상전 조성에 필요한 재료들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한 것이 상전을 지을 때 없어서는 안 될 목재였다. 그래서 목재가 풍부한 영춘에서 목상을 하고 있는 심봉수를 급하게 찾은 것이었다.

“어쨌든 대행수께서 원하는 대로 그 시각 내에 상전을 짓는 것은 물론하고 목재를 준비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심봉수가 최풍원이 원하는 갈수기 전 상전 지을 목재를 준비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의견을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무슨 방도가 없겠소이까?”

최풍원이 답답한 마음에 심봉수에게 조르듯 물었다.

“차라리 손바닥에 장을 끓이는 것이 쉽습니다!”

심봉수가 잘라 말했다.

“나무에 관해서는 심 객주가 박사니 방안을 내보시오!”

“대행수, 오늘은 먼 길을 오느라 곤할 터이니 쉬시고, 내일 용진나루 뗏목장을 한 번 둘러보시지요?”

더 이상 이야기해야 타개할 방법도 없자 심봉수가 먼 길을 핑계로 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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