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옥천군청 군수실에 제대로 걷기조차 못하는 80대 중반의 한 노인과 부인, 그리고 고향마을 주민들이 찾아왔다.

이 어른은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가 고향인 김병헌 옹으로 고향의 다목적 마을회관 건립에 필요한 1억7천만원을 쾌척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도 못 나온 김 옹은 배우지 못한 설움을 뒤로 한 채 일제시대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 손톱 밑에 고름이 잡힐 정도로 억척스럽게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나 김 옹은 옥천 장날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그 후 대전으로 이주해 ‘충북상회’라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단돈 1천원짜리 우동 한 그릇 값이 아까워 굶기가 예사였고, 대전역에서 중구 오류동까지 그 먼 길을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닐 정도로 자린고비처럼 절약했다.

김 옹이 고향마을에 기부한 1억7천만원은 평생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은 알토란같은 거액이지만 이 돈으로 자신을 위해 호의호식하기 보다는 고향주민들이 긴요하게 쓸 수 있는  마을회관의 건립비로 내놓은 것이다.

과거 충북대에 재산을 기중했던 욕쟁이 할머니와 충남대에 돈을 기증한 정심화 할머니 역시 김 옹처럼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기부했다.

김 옹의 억대 기부는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도, 실천하기도 어려운 훌륭한 일이다.

김 옹의 아름다운 기부는 수전노처럼 돈을 벌었지만 정승처럼 유용하게 쓸 줄 알았고, 우리에게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기부는 돈을 많이 가진 자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가 기부한 돈의 가치는 1억7천만원의 수십 배에 이르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1%의 나눔 운동’ 등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기부문화의 정착은 멀기만 하다.

그나마 일부 대기업이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 의존도도 크다.

사회에 대한 기부문화는 결코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지만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옹처럼 아름다운 기부 숲에 씨앗을 많이 뿌려 우리사회에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넘쳐흐르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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