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찬 청양소방서 화재구조팀장]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자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다진 벤자민 플랭클린은 1736년 필라델피아에서 식민지 최초의 의용소방대를 만들었다. 당시 빈번했던 화재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활동이 필요했고 이는 곧 자원봉사의 형태인 초기 의용소방대로 이어졌다.

건국초기 그가 조직한 의용소방대의 점진적 확산은 지금의 미국 소방의 기초를 다지는데 크게 일조했다. 미국의 소방조직은 정규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가 같이 일하기도 하며 심지어 작은 마을에서는 의용소방대로만 구성된 소방서가 있을 정도로 의용소방대의 활약이 크다.

의용소방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NFPA(미 방화협회)기준에 맞는 교육·훈련을 이수해야만 하고 임용후에도 소방관들과 똑같은 교육훈련을 지속적으로 받게 함으로써 정규 소방대원과 유사한 측면을 따르고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도 부족한 소방대응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민간위주의 소방단 활동이 지역 방재의 한 축을 담당해 오고 있다.

의용소방대 조직과 유사한 이들은 화재나 대규모 재난 시 집과 일터에서 출동하게 되는데, 소방단이 자체 보유한 소방장비는 관설소방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에니메이션이나 포스터, 영상제작, 대중통을 활용한 모집광고부터 소년단, 대학생소방단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소방단원 모집까지 어릴 적부터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의 재난예방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지역 협력업체 우대협약을 통해 직장인들의 소방단 활동을 독려하고 소방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한국의 의용소방대는 전후 1958년 3월 소방법 제정 시 의용소방대 설치규정을 마련했다. 각 시·도의 조례를 거쳐 2014년 7월에야 의용소방대 설치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기록으로 전해진 의용소방대의 역사는 이미 100년 이상을 훌쩍 넘긴 곳도 많아 근대 소방조직에 있어 의용소방대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10년 전 일선 센터장 시절, 관내 의용소방대를 접하면서 무엇보다 제일 안타까웠던 점은 바로 ‘기록의 부재’였다. 누구보다 활발한 화재진압활동과 다양한 예방·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활동은 오로지 흔적과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홍보 게시판을 만들고 앨범 속 남아있는 사진·물품들을 정리하고 네 쪽짜리 홍보신문을 만들면서 비로서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을 새삼 느꼈다. 의용소방대 자원은 법률로써 소방업무를 보조하게 돼 있다.

봉사정신을 갖춘 지역주민들로 구성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대부분인 농어촌지역에서는 도시에 비해 소방서비스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관설 소방의 한계를 의용소방대가 톡톡히 극복해 주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명실상부한 소방보조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임용 후에도 미국, 일본과 같이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관 협치를 통해 의용소방대의 중추적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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