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 수요일 서울 COEX에서 열린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 전시회(ENVEX 2019)에 다녀왔다. ENVEX는 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환경전문 전시회이다. 작은 세정제품에서부터 집채만한 크기의 구조물까지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필자는 그 중에서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들에 관심이 끌렸다. 음식물쓰레기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는 처리기, 인체에 무해한 탈취제 등에 관심이 갔다.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가진 제품은 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수도꼭지와 세척장치였다. 세라믹 기술을 이용하여 물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세제 없이도 설거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식당에서는 기존 세척기로 들어가는 호스에 간단하게 설치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농산물에 유용한데, 이 세라믹을 거친 물(농업용수)을 작물(오이, 토마토 등)에 뿌려주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가 잘 나지 않고 수확량도 늘어난다고 한다. 청주와 보은의 몇 몇 농가에서 계약을 맺어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청주에 있는 작은 중소기업이고 수 년 전부터 제품을 홍보하고 있으나 제품의 효능에 비해 판매가 잘 늘어나지 않고 있다.

환경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이 제품은 대단히 주목할 만한 제품이고, 물환경 문제 특히 대청호의 녹조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획기적인 기술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왜 이 제품이 상용화 되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사실 필자는 이 제품을 작년에 소개받고 너무 놀랍고,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생겨서 직접 써 보기로 결심했다. 샤워꼭지 하나에 3만∼4만원이라는 다소 고가의 가격(일반 제품은 1만∼2만원 정도)에도 필자가 체험해 봐야 믿음이 생길 것 같았다. 약 1년 가까이 가정(싱크대, 샤워실)과 직장에서 사용한 경험으로는 분명히 효과는 있었다.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식기가 뽀득뽀득 해졌고, 물로만 샤워를 해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 문제는 필자가 아니라 가족들 이었다. 가족들은 필자보다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에 세제와 샴푸를 그대로 사용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품의 가격이었다. 일반제품의 2배의 가격을 주어야 하며 6∼8개월마다 세라믹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비용을 감수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큰 결단이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직장 다목적실의 싱크대에도 무세제 수도꼭지를 설치했지만 오래 가지 않아서 세제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 6개월마다 세라믹 필터를 갈아줘야 하는 것도 불편함을 더했다. 여기서 필자는 불편하고 비용이 다소 많이 드는 무세제 수도꼭지를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요즘 많이 나오는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선택하는데 고민에 빠졌다.

미래를 생각하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환경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우리들은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제품을 선택하는 최종단계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로 결정한다. 정보(앎)라는 지식과 실천(삶)이라는 지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지식으로 얘기하고, 주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지식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지혜로운 삶은 쉽지 않다. 동서양과 종교를 막론하고 선인들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을 살라고 한다. 이런 선인들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지혜롭지 못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