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게다가 목상의 대부분은 한양에 거주하는 거상들이 실제 주인인 까닭에 영춘 목상들은 그들의 일만 봐줄 뿐 실권은 별반 없었다. 그것은 당장 목재 값에 상당하는 현물이나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강물이 더 줄어들기 전에 지금 상전 지을 목재를 확보해놔야만 최풍원이 뜻한 바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 때를 놓친다면 얼마나 일이 미뤄질지 알 수 없었다. 상전을 짓는 일은 볕이 좋고 날씨가 맑은 지금이 적기였다. 날씨가 무덥고 비가 쏟아지는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상전을 짓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것을 번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목재를 구입할 방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제 최풍원의 북진여각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산으로는 대들보는커녕 서까래를 구하는데도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다고 돈 나올 구멍도 없는데 마냥 앉아만 있다고 누가 해결해줄 리 없었다. 어떻게 하든 북진여각의 최고 우두머리인 최풍원 대행수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였다.

“장석이 형, 일단 영춘으로 올라가 심봉수 객주를 만나봐야겠어!”

이윽고 최풍원이 결단을 내렸다.

“어떻게 할려구?”

지금까지 한 몸 되어 장사를 해온 장석이 역시 지금의 북진여각 사정을 환하게 알고 있는 터라 걱정이 되어 물었다.

“일단은 가장 시급한 것이 목재를 구하는 일이니 가서 부닥쳐보고 해결하는 것은 그 다음이겠지!”

최풍원은 영춘 목상 심봉수 객주를 만나볼 요량이었다. 어쨌든 목재는 심봉수가 전문가이니 상전을 짓는데 필요한 양이나 그에 상당하는 값 등은 그를 만나봐야 어느 정도 요량이 나올 듯 했다. 돈을 마련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나는 왠지 불안하다! 옛날 행상 때처럼 조금씩 조금씩 장사해서 그냥 밥이나 먹고 살면 안 될까?”

장석이는 불안했다. 최풍원이가 여각을 키우기 위해 산지사방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북진에 장터를 만들고, 장터에 상전을 짓고 하는 일이 무모해보였다. 골치를 썩여가며 도중회를 만들어 여러 객주들을 끌어들이고 장터에 상전을 지어 장꾼들을 끌어 모으는 일이 장석이는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어차피 그래봐야 세 끼 밥 먹는 것은 똑같았다. 먹을 게 없어 밥을 굶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은 너무 풍족했다. 최풍원과 장사를 시작하며 찢어지게 가난하던 살림에서도 벗어났다. 이 정도면 장석이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그런데 최풍원은 손에 쥔 것도 없이 자꾸 일을 벌이기만 했다. 그것이 장석이로서는 불안하기만 했다.

“밥이나 먹으려면 장사를 시작도 안 했을 거여. 형, 너무 걱정하지 말어! 고비 고비마다 힘들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또 나아지겠지. 내일은 일찍 나하고 영춘에 갑시다!”

최풍원이 장석이도 함께 영춘으로 가자고 했다.

“나도?”

“강수 데리고 형도 함께 갑시다!”

최풍원이 장석이에게 동행하자고 한 것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였다. 또 강수도 데리고 가려는 것도 염려되는 바가 있어서였다.

“풍원이 니가 아니면 안직도 난 남의 집 머슴살이를 못 면하고 있었겠지만, 맘은 그때가 편했어!”

장석이는 지금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장사가 커질수록 자기가 아닌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쌀 한 섬만 쌓아둬도 푸근한데 열 섬 스무 섬이 그득하니 내 것이 아닌 남의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기에다 풍원이는 눈만 뜨면 궁리였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그나마 불편함이 덜할 것 같았다. 매번 일을 벌여 간당간당하게 줄 타듯 넘어가는 최풍원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더했다.

“장석이 형,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우리 북진여각은 청풍 관내 제일이 될 것이여!”

최풍원이 장석이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만 된다면 좋겠지만, 풍원이 니가 걱정 되는구먼!”

장석이는 진심으로 최풍원이 걱정스러웠다.

북진여각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나루터와 강물 풍경이 평화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최풍원이나 장석이나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강수야, 아이들 서넛과 나귀를 채비해서 바깥마당으로 나오너라!”

이튿날 날이 밝기 무섭게 최풍원이 이번에 새로 임명된 동몽회 대방인 강수에게 영춘으로 갈 준비를 시켰다.

“형님, 강수를 데리고 가게유?”

동몽회 대방이었던 도식이가 최풍원을 보고는 물었다.

“동생은 우리가 다녀올 동안 여각에 남아 단도리를 부탁허네.”

최풍원이 도식이에게 여각의 뒷일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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