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연구진 “30년간 5400개 학교 통폐합…기존 정책 한계” 지적


“소규모 학교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 필요”

“표준화 된 교육과정 벗어나 평생학습·복합공간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저출생으로 2021년부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류방란·김경애 연구위원과 고려대학교 김근태 교수 등의 ‘인구절벽시대 교육정책의 방향 탐색 연구’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5년까지 약 5천400개 학교가 통폐합 했다. 초등학교가 5천53개교로 가장 많고, 중학교 270개교, 고등학교 73개교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주도해왔다. 다른 학교와 통합하거나 분교를 폐지하는 방식, 본교를 분교로 개편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등 급이 다른 학교를 묶는 통합운영학교로 개편한 사례도 100곳이 넘는다.

적정규모화 사업, 즉 학교 통폐합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2016년부터 교육부는 초등학교는 면·도서벽지 학생 60명 이하, 읍지역은 초등학교 120명, 도시는 240명 이하일 경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했다.

통폐합을 할 경우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예산이 절감된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통폐합으로 인해 통학거리가 멀어지는 등 불편함이 생기고, 폐교에 따라 지역인구가 줄어드는 등 위축이 가속화된다는 단점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하는 기존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국내 1천184개 면에는 1.3개교의 초등학교가 있어 학교를 더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초등학교 중 60명 이하 학교는 22.9%, 120명 이하는 34.3% 수준이다. 소규모 학교 대부분은 도 지역에 분포돼 있다. 전남과 강원, 경북, 전북 등은 초등학교 중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40% 이상이며, 중학교 40% 이상이 소규모 학교인 지역은 전남과 강원, 경북이다.

연구진은 통폐합보다는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한국보다 앞서 인구절벽 사태를 겪은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교육·보육·의료·문화 등 공공서비스를 잘 구축하고 특색사업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집약했다. 또 인근 마을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도 지자체가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 대신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민간과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소규모 학교 운영 역시 지역이 자생적으로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꾸려 의사 결정하는 방식이 옳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나름의 소규모 학교 운영 모델을 개발해 유지 발전시키고, 필요하면 등하교·수업시간을 바꾸거나 수업을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식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 지역 내 학교 중 거점학교와 캠퍼스를 정해 운영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기숙형 학교 운영 사례를 모델화할 수 있는 방식, 거주지 인근 홈스쿨링이나 소규모 위성학교, 학습센터 등을 학습중심처로 삼고, 공동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네트워크 구축안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특히 표준화된 학교교육과정 대신 실생활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학령인구 급감과 함께 고령화도 가속화되는 만큼 학교를 주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복합공간으로 개편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체육·문화·복지·의료 등 다양한 지역 공공시설과 함께 학교가 개발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특성화 교육 여건 개선·교사 전문성 전환·교육시설 환경 개선·디지털화 등에 소요되는 예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지역화·특색화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통합운영학교 체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원양성과정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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