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300년 무렵, 주(周)나라 황실이 쇠락하자 각 지역의 제후들이 스스로 왕이라 칭하며 자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하여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이때를 전국시대(戰國時代)라 부른다. 그런데 이 투쟁과 싸움의 시절에 홀연히 나타난 위대한 사상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장자(莊子)이다.

장자는 이전 춘추시대의 사상가들과 다르게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고 쉬운 우화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였다. 또한 인간과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면서 재물과 명성과 권력을 탐하는 이들을 비판하였다.

하루는 장자가 제자와 함께 산길을 지나는 중이었다. 산중턱에 이르렀을 때 벌목공이 나무를 베고 있었다. 그런데 벌목공은 주로 곧고 바른 나무만을 골라서 벌목하는 것이었다. 마침 장자가 지나는 길에 가지와 잎이 무성한 아주 큰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갑자기 장자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벌목공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왜 이 큰 나무는 베지 않는 것이오?”

그러자 벌목공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휘고 굽은 나무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겁니다.”

이에 장자가 큰 나무를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제자에게 말했다.

“이 큰 나무는 어디에도 쓸 만한 재목이 못되어서 천수를 누리는구나.”

산에서 내려온 장자는 며칠 후에 친구 집에 당도하였다. 친구는 오랜 만에 찾아온 장자를 무척 반가워하였다.

이에 집안일을 담당하는 집사를 시켜 장자를 위해 풍성한 식사를 준비하도록 명하였다. 집사가 이에 거위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키우는 거위를 잡으려 하였다. 집사가 물었다.

“주인어른, 집에 거위가 두 마리뿐인데 하나는 잘 우는 놈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울지 못하는 놈입니다. 어느 놈을 잡을까요?”

이에 주인인 장자의 친구가 말했다.

“그렇다면 전혀 쓸모가 없는 울지 못하는 놈으로 잡아라!”

마침 이 광경을 장자를 따라 왔던 제자가 보게 되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 산중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큰 나무가 천수를 누리고 있었는데, 오늘 이집에서는 쓸모가 없는 거위가 일찍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세상만사에 처신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장자가 이를 듣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다.

“처신이란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때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때로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네.”

이에 제자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여 한참동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는 ‘장자(莊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행장진퇴(行藏進退)란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을 말한다. 즉 처신을 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러서는 자는 스스로 행복하니 화가 없고, 나아가는 자는 욕심이 많으니 화를 당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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