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약초전은 누가 하시겠소이까?”

“약초전이야 당연히 배창령 객주가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어려서부터 금수산 기슭의 학현에서 살아 인근 산 지리를 환하게 꿰고 있는 배창령은 약초라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 객주들 중에서 배창령 만큼 약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배창령을 북진장 약초전 객주로 삼자는데 반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물전은 신덕기 객주를 임명했다. 신덕기는 향교가 있는 교리 사람이었다. 신덕기 역시 어려서부터 향교 인근에 살며 유림들로부터 예식에 관한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며 자란 까닭에 혼사나 장례를 치루는 법식에 대해서는 박사였다. 그런 까닭에 교리는 물론 먼 마을에서도 대소사가 생기면 그를 모시러 왔다. 최풍원이 배창령을 약초전 객주로, 신덕기를 세물전 객주로 임명했다.

“그럼 이번에는 어물전 객주를 정합시다!”

“북진에서 어물전이 되겠는가?”

최풍원의 말에 장순갑이 초를 치고 나섰다.

“잘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누군들 장사를 못하겠슈! 안 되는 장사를 잘되게 만드는 것이 장사꾼 능력 아니겠슈?”

“내 말은 북진 형편을 잘 보고 상전도 만들자는 얘길세! 청풍읍내처럼 관아도 있고, 기생집도 있고 주막도 있고 뱃꾼들도 드나들고 사철 길손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면 몰라도 북진 같은데서 무슨 어물전이 되겠는가 하는 말이구먼. 파는 것보다 썩어 내버리는 게 많으면 그걸 무슨 수로 감당을 하겠는가.”

“장터가 물건 구색을 맞춰놔야지 하나라도 빠지면 장꾼들이 발길을 돌리는 게 이치 아니오. 어물을 사러왔다가 어물이 없으면 다른 물건도 팔지 못할 것 아니오. 일테면 해물탕을 끓이려고 해물을 사러왔는데 어물이 없으면 해물탕에 들어갈 푸성귀와 양념도 함께 못 팔 것 아니오. 그러니 팔리든 안 팔리든 구색을 갖춰놔야 다른 물건도 함께 팔리지요. 또 지금 당장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상전을 만들지 않는 것보다 사람들을 모이게 해 물건이 팔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장사꾼 수완 아니겠슈?”

뭐든지 이득이 남는 빠꼼이 장사만 하려는 장순갑의 행태가 못마땅한 최풍원이 핀잔을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안 될 것이 뻔한 장사를 뭣 때문에 한단 말인가.”

이미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장순갑의 귀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대행수 내가 어물전을 해보겠네!”

김길성이 어물전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이봐! 김 객주 손해 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장사에 뭣 때문에 달려드나?”

그만두려면 자기나 그리하면 될 것을 장순갑은 남까지 못하게 말리고 나섰다.

“대행수, 여각에서도 힘을 보태준다면 내가 힘써 해보겠소이다!”

김길성이가 최풍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북진장 어물전은 생물과 건어물을 합치고, 소금도 함께 취급하게 할 작정이오!”

최풍원이 북진장에 만들 어물전의 복안을 냈다.

한양처럼 큰 고을에서는 어물전도 생물과 건어물을 취급하는 상전이 따로 있었고 소금도 별도로 상전을 차려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큰 고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근방에서는 가장 큰 고을인 충주에서도 생물과 건어물을 함께 어물전에서 팔고 있었다. 그런 형편이니 이제 새로 장을 만들려는 북진에서 어물전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최풍원은 소금까지 어물전에서 함께 취급하려는 방안을 냈다. 그러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소금은 일 년 내내 꾸준하게 팔리는 물건이고 아무리 살림살이가 궁해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소금도 함께 한다면 내가 해보겠네! 김 객주 보다야 내가 수완이 월등하지!”

장순갑이 금방 마음을 바꿔 김길성까지 밀어내고 자기가 어물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어물전에서 소금까지 팔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저런 약삭빠른 놈!”

“무슨 저런 씨종머리가 있나 몰러!”

“여우 새끼도 어떤 새끼보다는 나을 거여!”

“이보게 대행수 동생, 어물전을 내게 맡겨 주게나!”

객주들이 돌아가며 욕을 해도 최풍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풍원에게 찰싹 달라붙어 사정했다. 그 꼬라지가 개밥사발 들고 있는 주인을 바라보는 그 꼴이었다. 가관이었다. 돈이라면 지 애비 어미도 팔아먹을 놈이 장순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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