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 17일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중 한 명의 장례식이 21일 거행됐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장례식은 진주시와 경남도, 검찰, 경찰, LH 등과 유가족 지원대책협의회가 장례 및 후유장애 절차를 위한 협상이 마무리 돼야 진행될 듯하다.

이번 진주 아파트 살인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범죄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종종 묻지 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벌어져 속수무책으로 희생자가 발생한다. 진주 아파트의 경우는 검거된 범인 안인득으로 인해 몇 달째 주민들이 공포를 겪었고 경찰과 지자체, 관리사무실 등 여러 곳에 신고를 했지만 어느 곳도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유족들이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웃 주민들은 평소 범인의 행동에 위협을 느껴 여러 차례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한 후 주민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었다면 범인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나름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범인이 이웃에 한 위협적인 행동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출동만 하고 대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면 경찰의 존재가 무의미하다. 1차적으로 주민들은 경찰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고를 받고도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한 경찰 때문에 주민들이 한꺼번에 무참히 살해되는 참극을 겪어야 했다.

경찰은 법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유사시에 경찰의 판단은 무조건 주민의 입장에서 선택돼야 한다. 경찰의 예방적 대처가 소홀했다는 비판에 앞서 근본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과 더불어 수동적 대처를 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더 앞서 주민이 어느 정도 공포에 떨고 있느냐에 대한 상황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경찰의 역할이 무용지물 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찰의 직책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경찰의 소극적 대처로 주민 5명이 살해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어 정부와 LH공사, 지자체 등이 담당해야할 책임과 향후 점점 증가하고 있는 묻지 마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개선이 마련돼야 한다. 진주 아파트 사건의 범인이 앓고 있었다는 조현병 등에 대한 기록을 경찰이 첫 신고를 받았을 때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2017년 대구에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당사자의 허락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지만 법원은 지난달에 공무집행방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사례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개입을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용방법이 다를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절실하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인권문제로 인해 맘대로 간섭할 수도 없고 피신고자의 개인 정보를 열람할 권한도 없다. 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는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없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어쨌든 이번 범죄는 극악한 범행의 조짐이 사전에 여러 차례 노출됐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는 대목이 가장 안타깝다. 유족의 분노에 당국은 할 말이 없게 됐다. 범인 주변이나 관계 기관이 좀 더 진지하게 대처했다면 무고한 이웃이 희생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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