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건축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가 우려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적 성유물인 가시면류관을 비롯해 성당 내부의 예술품은 일부 안전하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마는 천년가까이 지켜온 많은 유물들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포레스트(the forest)라고 불리는 대성당 천장의 오래된 내부 목조 뼈대는 모두 소실됐다. 더포레스트는 참나무 1천300그루를 비롯한 다양한 목재를 촘촘히 세운 모습에서 얻은 별칭이다. 목재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성당 건축이 시작될 무렵인 1160∼1170년 벌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이 거행됐고,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등 많은 예술작품이 영감을 받았다. 프랑스 고딕 양식의 절정으로,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관광명소이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 성당을 포함한 센강변을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성당 내부에는 ‘장미의 창’이라는 이름의 스테인드글라스, 대형 파이프오르간, ‘에마뉘엘’이라는 이름의 종 등 유물이 있고, 성 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이 상당수 보관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중에서도 손꼽히는 유산인 셈이다.

세계문화유산이 눈앞에서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움은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에 일어난 대한민국 국보 1호 서울 숭례문(崇禮門)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숭례문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국과 프랑스 수도 중심부에 위치한 대표 문화재다. 조선이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세운 도성 정문이자 남대문인 숭례문은 건축 시기를 명확히 아는 서울 시내 목조 현존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태조 7년(1398)에 완성한 뒤 세종과 세조 때에 보수 공사를 했다. 돌을 쌓아 조성한 석축(石築) 위에 무지개 모양 홍예를 만들고, 그 위에 정면 5칸·측면 2칸인 누각을 올렸다. 이 같이 소중한 건축물을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으로 불길에 사라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상실감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는 일이었다.

종종 화재로 인해 인류의 유산들이 파괴되는 현장을 보게 된다.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재 참사는 유물 2천만 점과 동물 수집물 표본 650만 점, 식물 50만 종의 90% 정도가 소실됐다.

오래된 문화재는 주로 목재로 만들어져있어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한순간의 화재로 수백 년, 수천 년 된 문화유산이 사라진다. 낙산사와 숭례문 화재 이후 당국이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강화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화재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내 문화재 안전상황을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목조 건축물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함께 소방시설 점검과 현장 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관리를 새롭게 정비하고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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