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이 심중에 두고 있던 복안을 객주들과 임방주들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여각에서는 상전과 임방에 물건을 대주는 일과 물량이 큰 물산의 도거리만 취급할 것입니다. 직접 장꾼들을 대하는 장사는 일체 객주들의 상전과 임방에 전권을 주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송 객주 말처럼 각자가 알아서 물건을 받아도 될 일을 뭣 때문에 북진여각으로부터 받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여러 객주들께서 경상이나 도가로부터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값에 공급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먼저 물건을 대주고 물건 값에 대한 정산은 후에 하겠습니다. 물론 상전 객주들은 이제까지 그렇게 해온 바 별다른 특전은 없겠지만 이번 새로 만든 임방의 객주들에게는 큰 득이 될 거란 생각입니다. 상전 객주들께도 희소식을 드립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본방과 임방이 모두 어려워 장사를 하고 생긴 이득을 본방에서 독단적으로 쓴 점이 있습니다. 이 점에 불만을 품고 계신 객주님들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본방에서 여각으로 바뀌고 상전과 임방 그리고 객주님들의 수도 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상전이나 임방에서 장사를 해 생기는 이득은 여각에서 공급한 물건 값을 정산한 나머지 모두를 객주 개개인께 모두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라도 살게 된 것이 모두 대행수 덕인데 서운할 리가 있었겠소이까? 천부당만부당한 그런 말 마유!”

사람 좋은 김길성이 손사래를 치며 최풍원의 기분을 맞춰주었다.

“야, 이눔아! 좋다면 좋다고 해라.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데 그게 싫단 말이냐? 그럼 네 놈에게 들어올 돈은 몽땅 나를 주거라. 대행수 그래도 되겠는지유?”

선친 때부터 장사를 해온 박한달이 김길성을 구박하며 그 돈은 자기에게 달라고 최풍원에게 말했다.

“내가 언제 돈이 싫다고 그랬냐? 얘기 즉슨 그렇다는 거지!”

김길성이 깜짝 놀라며 방파매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입가는 헤벌쭉했다.

“언젠가는 그리 해야 할 일이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첩첩이 쌓였는데 그리 해도 되겠소이까?”

김상만이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최풍원에게 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언제까지나 객주님들에게 출혈을 강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 그것이 우선은 여각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먼 앞날을 생각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지금 그 일도 지금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리하면 우리야 좋겠지만 여각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거 같아 하는 말이오!”

“객주님들께서 도와주시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객주님들이 거둬들인 물산을 전량 여각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여각에서는 그 물산들을 한데 모아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경상들에게 넘길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객주님들이 각각 물건을 넘기는 것보다 품도 덜 들고 값도 더 잘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이득이 객주님들께 돌아갈 것이구요.”

“문제는 경상들이 북진까지 오겠는가 하는 문제 아니겠는가?”

장순갑이 택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도록 만들어야지요!”

“어떻게 그걸 만들겠다는 건가?”

“지금까지 경상들의 장사를 보면 나루터에 배를 대놓고 물건을 다 팔 때까지 길게는 달포까지도 죽치고 기다리는 게 일이었소. 그걸 줄여준다면 청풍이나 다른 나루터로 가는 경상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거요!”

최풍원의 생각은 이러했다.

지금까지 청풍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장사 방법은 이러했다. 강을 따라 한양의 경강상인들이 경강선을 끌고 와 나루터에 정박하면 보부상들을 비롯한 행상들이 경상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지고이고 각 마을로 돌아다니며 팔고 받은 곡물을 경상들에게 넘기는 구조였다. 경상들이 직접 나루터에서 소매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행상들에게 넘겨 팔았다. 그런 이유는 경상들이 그 지역 사정이나 지리에 어둡기 때문이고 워낙 많은 물량이기 때문에 소매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싣고 온 물건들이 모두 팔릴 때까지 경상들은 몇 날이고 기다려야 했다. 어떤 때는 두어 달을 나루터 주막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야할 때도 있었다. 최풍원은 그 시간을 줄여 경상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최풍원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양 삼개나루의 여각과 객주들 관계를 보고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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