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팔도 방방곡곡에 약초가 얼마나 많은데 덕산처럼 촌구석에서 나는 풀뿌리가 무슨 수로 도성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그깟 풀뿌리가 무슨 금덩어리가 된단 말인가. 금덩어리는 고사하고 그거 팔어 밥이나 원 없이 먹어도 더 바랄 게 없겄네!”

수염쟁이 약초꾼은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 알려지지 않아 인근에서만 팔면 약초에 불과하지만, 소문이 퍼져 너도나도 살 사람이 늘어나면 그땐 물건이 아니라 돈 덩어리가 되지요. 물건도 좋아야겠지만 소문도 잘 나야지요. 또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야지요. 지난번 어르신이 소개해준 대전리 언구네 천삼도 한양에 올라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천삼을 만들어야 할 인삼은 밭에서 안직 캐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양 상인들이 천삼을 달라고 야단들입니다.”

“천삼이야 워낙에 귀한 약재니 그럴 만 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내가 하는 약초야 월악산 산약초들인데 그걸 갖고 무슨 한양 행이란 말인가?”

“세상에 귀하고 안 귀한 게 어디에 있답니까? 병을 고치는 약재가 다 따로따로 있는데 내 병을 고쳐주면 귀한 놈이지요. 개똥도 내 병만 고쳐준다면 귀하고 귀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양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사니 뭐라도 쓰임새 없는 놈이 없지요. 어르신 약재를 귀하게 만든느 것은 우리 북진여각에서 해드릴 테니 어르신께서는 덕산에 약초상을 할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시구려. 그쪽 사정이야 노인장만큼 훤한 분이 어디 계시겠소이까.”

최풍원이 수염쟁이 약초꾼을 추켜세웠다.

“그러면 우리 아들놈도 괜찮으려나…….”

수염쟁이 약초꾼이 자신의 아들은 어떻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아들도 약초를 다룰 줄 압니까?”

“든 데가 없어 사람만 좋아 문제지, 이적지 나와 약을 하러 다녔으니 덕산 근방에서는 그놈만한 약쟁이도 드물거여!”

수염쟁이 약초쟁이가 단언했다.

“노인장이 가르쳤다니 믿음이 갑니다. 이름이 뭡니까?”

“임칠성이여. 내가 임 가여.”

수염쟁이 약초쟁이가 자신의 성을 임 씨라고 밝혔다.

“아들이 하겠다고 하겠는가요?”

“험한 월악산 산비탈을 빠대며 어깨가 빠지도록 돌밭을 파는 일이 약초꾼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잖은가?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는 놈이라 혹여라도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려 초심을 잃고 장사는 뒷전이고 쏘댕기기만 하다 실속도 없는 허깨비에 빠질까 그게 걱정이지만 돈 벌어 지 육신 편하게만 산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임 씨 노인은 걱정이 되었지만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아들이 장사를 해서 지금보다 편하게 살 수 있다면 덕산으로 돌아가는 길로 적극 권해볼 작정이었다.

“그럼 어르신만 믿고 맡기겠습니다. 덕산임방은 노인장의 아들 임칠성이 객주로 정해졌으니, 이번에는 북진여각 장마당에 들어설 상전을 맡을 객주들을 정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광의리 김길성 객주가 상전 객주도 정하자고 했다.

“그건 안 되오!”

연론 박한달 객주가 김길성을 막아섰다.

“왜 안 된다는 거여?”

“생각을 해보오. 상전은 지금까지 해오던 임방과는 다르오. 임방에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온갖 것을 다 다뤘지만, 이제 상전에서는 같은 물목만 취급해야 하오. 그러니 어떤 물목을 정하느냐에 따라 장사 성패가 달렸는데 여기서 정한대로 객주들이 받아들이겠소이까. 그러니 상전의 물목과 객주를 정하는 것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소이다.”

박한달이 반대하는 이유를 소상하게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겠구먼.”

김상만도 수긍했다.

“나도 일의 순서가 그리되어야 맞을 것 같소이다. 객주님들, 각 임방과 객주들 문제도 우리끼리만 논의되었을 뿐 본인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니 그 문제부터 해결을 지은 다음 다시 신중하게 논의를 하십시다.”

최풍원이 북진여각 상전 문제는 이후로 미뤘다.

“대행수, 임방과 객주 문제는 어떻게 마무리 지을 생각이오이까?”

양평 김상만 객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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