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서창에 임방을 설치하면 한수장이나 황강장을 살미 장사꾼들에게 내어주는 꼴이나 다름없지 않슈?”

박한달이 서창에 임방을 설치하는 것보다 강 하류로 임방을 세울 곳을 더 내리자는 의견을 냈다. 왜 그러냐하면 지리적 유리한 점으로 서창에 임방을 세우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되면 강 하류 쪽 청풍 관할의 상권을 절반은 무주공산이 될 공산이 컸다. 서창이 북진과 물길로 가깝고 육로가 지나는 길목이라 유리한 점은 있었지만 북진을 중심으로 보면 강 상류에 접해있는 관계로 하류쪽 충주 상권인 살미와 접해있는 원거리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구나 청풍과 충주의 관할이 맞부딪치는 그 지점은 조선의 가장 큰길인 영남대로와 만나는 곳이었다. 그러니 세재를 넘어오는 영남사람들과 한양에서 경상도로 내려가는 한양사람들이 연중 붐비는 곳이 그 지역이었다. 장사는 사람들 발길이 닿기 쉬운 곳이어야 사람들이 붐비고 물건이 모여드는 법이었다. 그런데 서창에 임방을 설치하면 거기와 거리가 멀기에 당연히 그쪽으로 오가는 물산들을 살미장에 빼앗길 것은 뻔했다. 그런 이유로 박한달이 서창에서 좀 더 하류 쪽으로 임방을 내리자는 것이었다.

“박 객주, 그래서 나는 황강에 임방을 하나 더 내면 어떨까 생각하오.”

박한달의 미심쩍은 생각에 김상만이 임방을 하나 더 내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황강과 살미가 지척이니 황강에 우리 임방을 설치하면 경상도 장사꾼 물건도 거래할 수 있고 살미장도 견제할 수 있으니 양수겸장이겠소이다. 황강에 임방을 설치한다면 거기 객주로는 송만중을 추천하오.”

“서창 객주로는 황칠규를 추천하오.”

박한달이가 황강객주를, 김상만이가 서창객주를 추천했다.

“두 객주께서 추천하는 사람들이니 어련하겠소이까. 이제 물길 따라 강원도 영월부터 청풍관아 관할인 황강까지는 결정이 되었소이다. 이제 물길을 제하고 수산과 덕산 쪽을 맡은 임방과 객주를 물색해야 할 텐데 어르신께서 다리를 좀 놔보시지요?”

최풍원이 덕산 수염쟁이 약초꾼에게 천거를 원했다.

“나야 덕산 골탱이에서 이적지 땅만 파며 살아왔는데 뭘 아는 게 있어야 공자왈 맹자왈 할 게 아니오? 그런 것은 젊은이들이나 알지 난 아무 것도 모르오!”

수염쟁이 약초꾼이 강하게 손사레를 쳤다.

“지난번 대전 인삼농사꾼 언구를 소개시켜 준 사람도 어르신 아닙니까? 지난번 공납물품을 마련할 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오이다. 덕산 쪽에서는 약초를 다루는 어르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더이다. 그러니 모른다하지 말고 약재를 전문으로 다룰 좋은 사람을 천거해 주시오!”

최풍원이 수염쟁이 약초꾼을 얼렀다.

“그것참 난감하구먼! 나 같은 늙은이가 아는 것도 없는데 어찌 사람 보는 눈이 있을 리 있겠소. 더구나 약초밖에 나지 않는 덕산 같은 곳에서 무슨 임방이 되겠소이까. 또 덕산은 다른 마을로 통하는 육로가 있는 곳도 아니고 여기처럼 물길이 있어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도 아니잖소. 뭐라도 왔다갔다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상전도 열고 객방도 열고 할 것 아니오? 거기서 나는 물산 거기 사람들이 먹는 게 가지인 마을에 가당치도 않소이다!”

수염쟁이 약초꾼이 덕산 사정을 들어 임방 설치 자체를 쓸데없는 일이라 단정해버렸다.

“어르신,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이제 사람 살아가는 방식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요. 예전에는 농토가 많아야만 부자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이젠 농토가 전혀 없어도 떵떵거리며 사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땅도 없이 어떻게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젠 한 가지 재주만 가지고 있으면 절대 굶어죽지 않습니다요. 그뿐인 줄 아세요? 세상에 소문만 나면 그 재주 하나만 있어도 큰소리치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단 말입니다!”

“나 같은 약초쟁이도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어떻게 말인가?”

수염쟁이 약초꾼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어르신께서 캔 약초를 인근 장터에 나가서만 팔았지만 이제 앞으로는 도성까지 가지고 가 팔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덕산 약초가 좋다고 팔도에 소문이 나면 똑같은 약초라도 다른 고장에서 나는 약초의 몇 배는 받을 수 있답니다. 그렇게 되면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고 약초가 아니라 금덩어리가 되는 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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