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돼 기쁘고 앞으로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길고 긴 수험생활을 끝내고 합격의 기쁨을 느끼며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공무원이 됐다.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 막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작은 업무 하나를 처리할 때도 꼭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특히 민원 전화를 받을 때는 민원 내용조차 이해가 가지 않아 진땀을 흘리곤 했다. 능숙히 업무를 처리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2~3년 뒤에는 주위의 도움 없이도 업무를 잘 할 수 있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업무처리는 서툴고 민원 응대는 어렵기만 하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속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나의 미숙함과 마주하게 돼 한동안 패배감과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제목이 마음에 들어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스님이 말하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란,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음을 깨닫고 불완전함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그들 나름대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실패와 고난의 순간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삶에서 나를 비난하면서까지 꼭 이뤄야 할 목표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작은 즐거움에서 행복을 느끼고 불완전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그 안에서 감사와 사랑을 느낀다면 그 자체로 완전한 삶이 되지 않을까.

그동안 업무처리에 서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한심해하며 자괴감에 빠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열심히 노력한 나에게 왜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했는지 후회가 됐다. 진정으로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을 더 즐길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민원인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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