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강사들의 법적 지위 확보와 처우개선을 담은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강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강사법이 지난 11월 국회 문턱을 넘자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강사 강의시수 축소, 전임교원 강의시수 확대, 졸업이수 축소, 겸·초빙 교원 우선 채용, 교과목 통폐합 및 대형강의 신설 등 각종 꼼수를 만들어 강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시간강사법을 만든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시간강사법은 오랫동안 강사생활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고학력자들과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대학들은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으면서도 상생은커녕 온갖 꼼수로 향후 시행될 강사법에 대비해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각 대학의 강사와 강의 구조조정 즉각 중단, 강사를 포함한 대학 구성원과 숙의민주제 형식으로 논의·결정, 강사처우개선 예산 100% 추경 편성, 개정 강사법 TF와 강사운영규정팀 즉시 가동, 국가학문위원회와 강사전담기구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정부와 국회는 대학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국회가 통과시킨 시간강사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법을 뛰어넘으려고 할 경우 대학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대학들의 이 같은 꼼수는 대학 강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학생 수업 질과 직결된 문제다. 상생을 외면하고 오직 돈만을 좇는다면 대학이 제대로 발전할리 없다. 부디 대학들은 정도(正道)를 따르기 바란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도 강사법의 온전한 실현과 학생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연한 주장이다. 상황이 이 같은 때 서울 연세대학교가 올해 1학기 시간강사 수를 대량 줄이고, 기존 강사 일부는 겸임·초빙교원으로 신분 전환했다. 올해 교양수업은 지난해에 비해 66%가 감소했다. 이에 연세대 학생들은 지난 14일 올해 전공과목과 교양강좌가 대폭 줄어 수업 선택권이 침해당했다며 본관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실제 연세대 교무처는 지난해 12월 ‘강사법 시행 본교 인사정책 수정사항’ 문건을 각 단과대학과 학과에 내려 보내 “강사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사TO제(강사정원제), 강사 책임강의시수제 등을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한다”는 문건이 드러났다. 결국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공개채용, 1년간 임용계약,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처우개선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강사를 줄인 사실이 밝혀졌다. 연세대는 강의 수를 원상복귀하고 실효성 있는 강사 처우 개선을 실행해야 한다.

연세대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시간강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교육개악을 진행하고 있다. 수년간 강사생활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한 시간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간강사법이 무색한 지경이다. 대학의 이 같은 꼼수는 대학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문생태계를 붕괴시키는 일이다. 대학들은 시간강사에 대비한 각종 꼼수 짓을 중단하고 시간강사들과 상생해 학생교육의 질적 향상과 진정한 대학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들의 꼼수는 장기적으로 대학이 자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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