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명문 고등학교’ 육성을 놓고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육감은 서로를 외면한 채 장외 싸움을 벌이고 있고, 도내 각 시군 자치단체도 이 지사의 명문고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지사는 ‘자사고 설립’을 기반으로 한 명문고 육성을, 김 교육감은 ‘기존 고교를 대상으로 한 미래학교 육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맞서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북의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어느 누구 하나의 논리로 충북의 100년을 짊어질 인재 육성 방안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도민들의 목소리다.

 

●이시종 충북지사

 

이시종 지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단순하다. 자율형 사립고 등 명문고를 통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진학, 중앙부처나 경제계의 요지에 진출하는 인재 육성이다.

이같은 이 지사의 인재육성론은 자사고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앞서 충북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21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40%를 넘는다. 충북 출신 서울대 합격자 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14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직을 차지한 지역 출신이 적어 국비확보 경쟁 등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이 지사의 관점이다. 이로 인해 ‘명문대 진학자 배출’이 곧, 지역 경쟁력 확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또 인재 영입을 위해 자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북 곳곳에 정부 산하 기관들이 내려왔으나 자녀들은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지역에 자사고가 있으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내려올 곳이고, 이로 인해 지역에서 졸업한 인재들이 추후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기대심이다.

6일 도는 이러한 주장을 확고히 했다. 도는 이날 명문고 육성을 위해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임택수 도 정책기획관은 “도가 제시한 명문고는 도내 우수 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외부 우수 인재를 도내로 유입할 수 있는 전국 모집의 고교 개념”이라며 “대부분의 시·도에 있는 전국 모집 명문고가 충북에만 없다. 지역에 명문고를 설립해야 지역 간 불균형·불평등을 해소해 교육 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가 제시한 제1안은 전국 모집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이다.

제2안은 자사고가 없는 충북 등에 한해 전국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 설립, 제3안은 도내 공공기관,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소지를 충북으로 옮기지 않고 도내 고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는 제한적 전국 모집이다.

앞서 이 지사가가 생각한 인재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제안이다.

도내 11개 시·군 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충북시장군수협의회도 이날 이 지사의 의견을 지지하며, “도의 명문고 설립 건의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고 성명서를 채택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김병우 교육감은 명문고 육성에 합의하지만 자사고 설립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신개념명문고’ 육성을 강조한다.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것으로는 모델이 될 수 없으며, 남 부러워 따라하는 것으로 모범이 될 수 없다”며 자사고 설립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도교육청은 자사고가 우수인재를 쓸어가 고교서열을 심화시키고 비싼 수업료로 소수학생을 위한 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며 바람직한 교육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 교육감의 인재상은 입시 위주가 아닌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이다.

김 교육감은 ‘신개념명문고=국립미래학교’라고 정의했다. 국가 교육 어젠다의 실험학교인 한국교원대부설고등학교를 국립 미래학교로 육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새 교육 모델창출과 실험은 국가의 몫”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 미래 교육 전략에 이를 반영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하는 미래 교육모델을 교원대부고가 실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청은 서전고와 공립형 대안고 등을 시범학교로 지정,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캠퍼스형 고교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주는 공립고와 3~4개 고교를 하나로 묶어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찾아다니는 것을 뜻한다. 캠퍼스형 고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고교 학점제’와도 부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명문고 육성이라는 의제를 도출했지만, 시작점인 기획부터 지자체와 교육청이 대립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대학들의 명문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인재 육성,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란 뜻이다. 지역의 미래를 짊어 질 인재 육성에는 도민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토론회 등 공론화를 통한 지역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방안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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