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청주시 정보통신과 주무관

1년 7개월의 수험생활과 5개월의 기다림을 끝으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합격자에 내 수험번호가 뜬 순간의 날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365일 독서실로 향한 내 발걸음과 휴대폰에 녹음된 영어 단어를 반복해 들었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아주 작은 빛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런 도중에 또다시 걱정과 많은 생각들이 들며 내 첫 사회생활의 부담감이 또다시 양 어깨에 걸쳐 앉게 됐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그간 잊고 살았던 메신저를 다시 설치해 친척들,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돌리고 신나게 비행기 표를 끊고, 취미생활도 찾아갈 때 즈음 청주시에서 발령 전화가 온 순간 잠시 잊었던 부담감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하늘과 예쁜 단풍들이 무르익던 10월의 마지막 날, 임용식을 하고 첫 발령지로 인사드리러 갔다. 익숙지 않은 구두에 발뒤꿈치가 까지는 줄도 모르고 분주히 걸어 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정보통신과의 정보통신팀 표찰 아래의 내 자리를 본 순간 여러 감정이 뒤섞여 멍하니 바라만 봤다.

첫 출근을 하고, 이제 막 세 달째 들어선 내가 조금씩 업무를 익히고, 가까운 발치에서 선배 주무관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종종 감탄을 하게 된다.

이론에서만 배우던 회선들을 직접 보며 통신망의 흐름을 익히고, 국가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중요한 장비들을 보며 앞으로 많은 업무를 배워나갈 곳임을 몸소 느끼게 됐다.
지난해 KT 통신구 화재로 서울 일대에 통신장애가 발생하는 통신 대란이 일어났다. 휴대전화 서비스는 물론 카드 결제와 심지어는 112·119 신고 시스템까지 단절돼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나 또한 다시 한 번 공무원의 무게를 느끼게 되는 일이었다. 한 번의 방심과 작은 일련의 일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벌어진 이 사건에 통신 두절이 얼마나 큰 불편으로 이어지는지 절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최선의 사고 진압 방법은 ‘예방’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사태에 대비해 우리 시에서는 화재 감지 및 자동소화 설비를 구축해 24시간 관제하고 있는데, 이중·삼중으로 장애를 대비하기 위한 장비를 운영하며 시내의 통신 재난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그러던 중 짧은 시간 동안 다시 한 번 부서 내에서의 자리 이동을 하게 됐다. 또다시 새로운 업무를 맡는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며 두 번째 업무를 맡게 됐다.
전과는 다른 생소한 민원업무를 맡으면서 민원인에게 어떻게 응대할지 많은 고민을 하며 지난주 월요일 민원대 앞자리로 첫 출근을 했다. 현재 통신판매업 신고업무를 맡고 있는 나는 통신판매업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업무 적응을 하며 이제 막 일주일을 보내고 난 뒤 느낀 점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신고증이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큰 피해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과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100일간의 날들을 이 글로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지난날의 나보다 더 능숙해지고, 고단했던 내게 선물 같은 날들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공직생활 동안 선배 공무원들의 걸어온 자리를 따라 청렴하고 정직하게 가꿔 나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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