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충청매일] 우리는 흔히 문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문화의 명확한 의미에 대해서 또는 사용하고 있는 문화의 영역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각자 다르다. 사전에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해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예술 및 각종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돼 있다. 이처럼 모든 생활 영역에 문화를 붙이면 통용될 정도로 문화의 개념과 범위는 광범위하다. 그러나 흔히 문화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예술을 포함한 생활양식의 정신적 산물이다. 물질적인 것이 문명이란 단어와 더 어울리는 것처럼, 한 나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가치가 더 중시된다. 그리해 예술이 문화적인 것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언어, 풍습, 종교 등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환산이 어려워 그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해 대한민국은 문화와 체육과 관광이 한 부서로 묶여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연일 골을 터트리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거대자본이 투입된 축구경기다. 유럽과 남미의 선수들 틈에서 미지의 동양 선수 대한민국 손흥민의 활약으로 경기장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김연아처럼, 베트남의 축구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처럼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그리해 스포츠는 국가적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이 그러하고 월드컵이 그러하다. 종목별 거대한 경기장이 곳곳에 있고 자치단체나 대기업에는 소속 선수들과 팀이 있다. 스포츠만큼 가시적 성과와 경제적 부를 안겨주는 분야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문화는 정신적, 정서적 가치다. 문화를 경제적, 자본주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는 행복지수와 관련이 높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숲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면서 우리는 숲을 보존하기 시작했다. 계곡에서 야영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행위보다 숲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하였다. 숲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처럼 예술도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두 아는 사실이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예술의 숲이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숲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찾아가 이용하든 보존하든 할 것 아닌가.

이제는 가시적인 예술의 숲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국가나 도시가 문화강국, 문화도시가 되려면 모든 정책에서 문화정책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며, 그에 따른 예산 편성 또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에 지정되기 위해 청주시를 포함한 여러 시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정되면 5년간 2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받는다. 연 40억원이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이다. 어느 시가 선정될지 모르지만 성과위주의 사업보다는 헐벗은 산에 나무와 꽃을 심고 정성스레 물을 주기 바란다. 신록이 우거지고 온갖 꽃이 피는 숲으로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관심과 애정의 열매가 맺는다면 펄펄 나는 시인, 가수, 배우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문화도시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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