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흡연금지구역
[기고]흡연금지구역
  • 충청매일
  • 승인 2019.01.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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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수필가

모든 건물은 금연구역이다. 더구나 학교는 그 중에서도 더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이기위해서도 학교에서는 절대 금연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요즘은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무척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흡연자들의 애로사랑을 잘 모른다. 그렇지만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 담배를 무엇 때문에 피우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담배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지 싶다. 어린 시절 골방에 모인 친구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와 냄새가 싫어서 같이 어울리지 못한 일도 있고, 억지로 입에 물리는 담배가 싫어 도망친 일도 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 교문 앞에서 담배 피우는 청년이 보였다. 말이 청년이지 아직 학생 티가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복만 입지 않았다면 학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옆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꽃다발을 들고 따라다닌다.

우리 학교 졸업식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있으니 우리 학교 학생에게 주기 위한 꽃다발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여학생이 오늘 졸업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길에서부터 둘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더구나 청년은 담배를 꼬나물고 있어서 더 보기 싫었었다. 담배만 물지 않았다면 귀공자 타입에 깔끔한 외모였다.

교문을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공원이 있어 그곳엘 가기위해 가는 줄 알았는데 교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가끔 있는 일이다. 이 학교는 어떻게 생겼으며 학생들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으로 안을 기웃거리던 사람들도 이내 발걸음을 돌리기 마련인데 이 학생들은 아니었다. 계속 안을 들여다보며 웃고 떠드는 기분 나뿐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여전히 담배는 피워가면서, 아직 나이도 어린 학생이 여간한 골초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구나 아직 솜털도 다 벗지 못한 것 같은 애송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마음에 들 리 없다. 창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려는 순간 학생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불도 끄지 않은 체 교문 앞 차단 시설물 있는 곳으로 획 집어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여학생은 그 모습이 그리 자랑스러운지 더 크게 깔깔거린다.

“그 담배꽁초 줍지 못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함이 터져 나왔다. 너무 소리가 컸지 싶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이니 다른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 학생들은 나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만일 나를 보고도 그런 짓을 했다면 불량 학생쯤으로 매도해도 별무리는 없으리라. 피우던 담배공초를 던지고 돌아서려던 남학생의 깜짝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꽁초는 비탈진 언덕을 굴러내려 가다가 다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싶었다.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여학생은 넋 나간 사람처럼 남학생이 줍는 담배꽁초를 바라보는 심정에 참담함이 묻어났다. 기분 좋은 졸업식(?) 꽃다발까지 받은 로맨틱한 감정이 나로 인해 망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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