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득 경상대 명예교수

시의 주제어는 둘인데 하나는 통합진보당 해산이고 또 하나는 황제내경에 나오는 좌병우치(左病右治)이다. 시에서는 통합진보당 해산이 좌병우치이고 좌병우치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좌병우치는 둘이 아닌 하나이다. 좌병우치는 우병좌치로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에서 시는 메타포리칼한 의미를 갖게 된다.

2013년 황교안 법무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인용 8, 기각 1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인용했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은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황 법무는 국무총리로 승진하고 탄핵 정국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하였다. 황교안은 대박을 누렸는데 국민은 쪽박을 찼다. 쪽박을 찬 국민은 그냥 납작 엎드려 있지만은 않았다. 마침내 촛불을 들고 몰려나온 것이다. 

시에 나오는 좌병우치의 황제내경 본문은 이러하다.

이(二)는 원도자(遠道刺)라고 합니다. 이는 병(病)이 상부(上部)에 있을 때, 하부(下部)에서 취혈(取穴)하는 방법(方法)이며, 양경(陽經)은 유혈(兪穴)에서 취혈(取穴)합니다.(상병하치(上病下治))

팔(八)은 거자(巨刺)라고 합니다. 좌측(左側)을 앓으면 우측(右側)을 찌르고, 우측(右側)을 앓으면 좌측(左側)을 찌르는 방법입니다.(八曰巨刺巨刺者左治右右取左)(좌병우치((左病右治) 우병좌치(右病左治))

기백이 통합진보당 좌병을 치료했다면 당연히 새누리당이나 청와대에 시침을 하였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실(實)한 기운을 허(虛)한 새누리당이나 청와대로 뽑아내는 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아픈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피해가야 한다. 범죄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아픈 곳은 병이 아니기 때문에 건드릴 필요가 없고 피해 가야 한다. 아픈 곳의 반대쪽이 병이 있는 곳이므로 치료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황교안은 실한 통합진보당을 완전히 잘라낸 결과 허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병통이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몰려 나왔다.

시에서는 눈(雪)이 눈(目)으로 보이지 않는데 눈보라치는 밤 숲길을 가므로 느릴 수밖에 없다. 좌병우치의 험난한 밤을 보낸 뒤 시적 자아는 눈보라가 밤하늘의 별빛으로 빛나는 시대를 본다.

눈보라가 별빛으로 빛나는 시대는 어떤 세상인가. 천자문에는 ‘해와 달은 차고 기운다’고 했다. 해가 찬 것은 하지이고 해가 기운 것은 동지이다. 하지와 동지는 상극이다. 그 상극 사이에는 춘분과 추분이라는 상생이 있다. 달이 차면 보름이고 그 앞뒤에는 초승과 그믐이 있는데 이것이 상극상생한다. 해와 달과 지구가 서로 밀고 끌면서 상극상생하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좌측 팔을 잘라내 버렸다. 그래서 눈을 눈으로 보지 못하는 눈보라가 가득한 세상이라고 시적 자아는 탄식한다. 그리하여 황제는 동지가 왔으니 해는 차고 달은 기울 거라는 기대를 하며, 기백선생에게 백성들이 아프고 가련한데 어찌하여 좌측이 아프면 우측을 돌아보아야 하는가하고 반문한다.

시인은 리얼리즘의 장점과 모더니즘의 전위 정신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문병란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우려해 시인을 격려한 것 같다. 이러한 내공이 활성화된다면 빛나는 우리 시사의 금자탑에 분명히 꽃술을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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