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15일. 평생을 가도 이날이 기억될 것이다. 공무원들이 8시간 결근을 했다고 해 수년간 정들었던 직장에서 해임된 날이기 때문이다.

‘파업’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섬뜩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쥐며 “투쟁” “단결”그런 모습만 연상됐고 그런 행동들이 어쨌건 좋은 모습으로 각인되지 못했다. 우리 교육속에서 그렇게 연상될 수 있도록 교육 받아온 탓이다. 그러면서도 내 스스로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하는가에 진지한 고민을 해 본적이 없었다. 어느새 나는 공무원에 입문을 했고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공무원 생활이 10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나라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공무원의 단체행동이 아니라 만연된 부정부패이고 주민들의 혈세를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해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선심행정과 부패비리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됐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공무원노조만이 이러한 낭비적인 요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알았다.

공무원노조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파업하지 않았다. 철밥통을 지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위해, 시장이나 군수를 위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농민, 노동자, 서민들을 위해 민주행정을 펼치는 자랑스런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진통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새해엔 양심에 따라 주민들편에서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민주행정을 펼치면서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무원, 부당한 해임에서 복직돼 주민들이 즐거우면 나도 신명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그런 2005년이 됐으면 좋겠다.     

황민식 / 공무원노조 진천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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