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여야 5당이 진통 끝에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삐걱대고 있다. 원내 제1당과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한발 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했지 도입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며 합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선거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

여야 합의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8일 재가동했지만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쟁점 토론은 거의 하지 못했다. 합의사항에 대한 각 당의 의견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날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건 다른 제도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법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의원정수 확대에도 동의한 적이 없고,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것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는 더 뒷걸음 쳐 “연동형비례제는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도 관련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제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 밝혀야 한다”고 해 앞으로의 험난한 길을 예고했다.

민주당도 애매한 말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동의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세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12월까지 정개특위애소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으며 졸속합의를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거대 양당의 이 같은 후속 반응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는 다시 쳇바퀴를 돌 공산이 커졌다. 특히 합의문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고 입장 차이도 크다는 점에서 선거제 합이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최대한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민의 뜻이다. 그러기에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걸었을 터다. 지난 15일 여야 원내대표가 내년 1월 임시국회서 선거법 합의 처리를 약속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 합의문을 작성한 것도 압박 여론을 의식해서 였다. 그럼에도 이제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꼼수를 부리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우습게 알지 않고서야 몇몇 단어의 ‘유희(遊戱)’로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힘들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회를 바꾸고 싶어 한다. 그 첫걸음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정치는 협상이다. 여야의 현명한 협상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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