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외면으로 20대 국회의 최고 난제로 떠오른 선거제도 개혁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12일 민주당이 내년 1월 중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여야가 논의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며 “하루빨리 여야 5당이 이 기본방향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제 개편에 딴죽을 걸었던 민주당이 미온적이나마 자세를 바꾼 것이어서 일단 환영할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 강화다. 현행 선거제도는 1인 2표제로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 비례 투표에서 정당에 한 표를 찍는다. 소선구제와 비례제를 병립한 형태지만 실제는 소선구제에 가깝다. 20대 국회 300석 중 비례에 배당된 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

소선구제의 단점은 1위 후보를 찍지 않으면 사표(死票)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당 득표율을 웃도는 의석을 가져갔다. 이런 민의가 왜곡되는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게 연동형 비례제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제도이기도 하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과 연동시켜 전체 의석수를 결정한다. 민심의 분포대로 의석수가 배분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연동형 비례제는 진보 정당의 오랜 숙원이었다. 민주당도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여·야 모두 지금도 겉으로는 이 제도의 도입 자체에는 반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가 시행될 경우 기존 거대 정당은 지금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에 주저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선거제 개혁을 거부했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뿐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거나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를 조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선거제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근거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깎는 등 총 예산을 현재의 300명 기준으로 동결시켜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정원 확대를 못할 바도 아니다. 지역구 조정 역시 기존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조율해 나가면 타협이 가능하다.

2020년 4월 총선에 새로운 선거제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국회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당도 더 이상 선거제 개혁에 발목을 잡지 말고 적극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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