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 점점 더 거래도 늘어날 터이고 상권도 넓어지면 지금까지 해오던 주먹구구식 운영 방식으로는 도무지 꾸려나갈 수가 없음을 절감했다.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은 배부른 소리였다. 본방을 확충하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최풍원의 북진본방에서 거래하는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임방들도 활기를 띄어가자 당연히 청풍도가와도 부딪치는 일이 생겨났다. 지금까지는 청풍도가와의 충돌을 피해가며 외곽으로만 돌며 장사를 해왔지만 물량이 늘어나고 장사가 활성화되며 본방과 임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청풍도가에서도 점차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 대주, 이거 큰일 났구먼!”

제일 먼저 북진본방으로 최풍원을 찾아온 사람은 광의리 임방주 김길성이었다. 김길성은 반농반상을 하다 임방이 커지며 짭짤해지자 얼마 전부터는 농사를 작파하고 전업 장사꾼으로 나섰다. 광의리는 청풍읍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임방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청풍도가에서 훼방을 놓는구먼!”

“어떻게 훼방을 놓는다는 겁니까?” 

“도가에서 무뢰배들을 보내 빚을 지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있다네.”

“어떻게 말입니까?”

“도가에서 꿔다먹은 장리쌀을 갚으라며 집에 있는 돈 될 만한 물건들을 싹쓸이해가고, 도가 놈들 땅을 부치는 소작인에게는 명년에는 딴사람들에게 땅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다니는구먼. 그러니 마을사람들이 겁이 나서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구먼!”

“임방은 괜찮은가요?”

“마을사람들이 청풍도가 후한이 두려워 팔 물건이 있어도 임방에 오지를 못하는데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광의리 임방주 김길성은 심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김길성으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농사와 장사를 병행하다 전적으로 장사에 뛰어든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장사가 조금씩 살아나며 재미를 볼 참인데 생각지도 못한 청풍도가의 훼방을 받게 되었으니 김길성은 난감했다. 더구나 광의리 임방은 청풍도가가 있는 읍장과는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반면에 북진본방과의 사이에는 강이 가로막고 있어 혹여 무슨 일이 갑자기 일어난다면 도움을 주기에도 불리했다.

“혹여 한양에서 다시 물산 주문이 들어와도 임방으로 집산이 되지 않겠네요?”

“저놈들이 마을을 휘돌아다니고 임방 주변을 저래 서성대고 있는데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뿐인지 아는가? 이번에 한양에 공납하고 받은 곡물과 물산도 그놈들 수중으로 다 들어갔다네.”

“뭐라고요?”

“본방하고 우리 임방으로 못 가게 하려고 하는 지랄인데, 마을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것을 쌀 한 톨이라도 그냥 두었겠는가?”

“몽땅 긁어갔군요 나쁜 놈들!”

길기만 한 겨울에다 보릿고개를 만나 힘겨운 사람들이 봄을 맞아 허기라도 면해보려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죽을힘을 다해 산을 빠대고 다니며 마련한 산물을 공납한 대가로 받은 식량이었다. 식구들 목숨 줄이나 다름없는 곡기를 빼앗아가더니 아무리 인종이 모질어도 그리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도리가 아니었다. 하기야 도리를 아는 놈들이라면 제 잇속 채우려고 남의 쪽박을 깨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을 터였다. 동냥은 못줄망정 으드박지 바가치를 깨는 그런 말종 짓을 하는 청풍도가 놈들에게 북진본방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대거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 임방 주위에도 그놈들이 어슬렁거리며 배회하고 있어 불안해서 장사도 못나갔겠구먼. 최 대주, 어떻게 방도를 좀 해주게나!”

김길성이 하소연을 했다.

“광의 임방주님, 잘 알겠으니 돌아가 계시면 곧 조치를 하겠습니다!”

최풍원이 광의리 임방주 김길성을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동몽회 대방 도식이를 불렀다.

“동생, 동몽회 회원들 데리고 광의리 임방주 댁에 당분간 가있게! 그리고 다른 임방들도 좀 살펴봐주게!”

“형님, 급작스레 거기는 왜 가있으라 하시우?”

최풍원이 김길성과 있었던 좌우 사정을 이야기 했다.

“절대 그놈들과 맞붙을 생각은 하지 말고, 광의 임방에 직접적으로 해코지나 못하게 엄포나 놓으며 동태를 살펴보게!”

“알겠습니다요, 형님!”

도식이가 최풍원의 당부 말을 듣고 즉시 광의리 임방 김길성의 집으로 북진나루를 건너 달려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