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화 충주 수회초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교실 문을 열자 우리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둘러보니 “선생님! 우리 보물창고 구경하고 와도 돼요?”라고 한다.

등교시간이 이른 몇 아이들이 아침독서 시간이라는 것도 잠시 잊고 창문 밖 교실 건너편을 구경하고 있다. 교실 맞은편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보물창고라 부르는 조그마한 학교 텃밭이 있다. 2년 전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아이들과 교직원들이 힘을 합쳐 가꾼 텃밭인데 그동안 학교 텃밭에서 다양한 농작물을 수확해 나눔 활동을 해서인지

아이들은 작은 텃밭을 보물창고라고 부른다. 그리고 항상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학교텃밭에 대해 이야기한다. 봄철에 땅을 비집고 나온 여린 싹을 직접 확인하고부터는 매일 매일 텃밭행이다. 그리고 텃밭에서 지내는 시간만큼 개미, 지렁이, 땅강아지, 공벌레 등 이름 모를 벌레와 친해졌다.

우리 학교는 충주시 수안보면에 있는 작은 시골학교이다. 본교는 ‘행복한 꿈을 키우고 싹(S.S.A.C.)을 가꾸는 수회교육’이라는 목표아래 공감교육, 재능교육, 감성교육, 창의교육을 행하고 있는 아이들의 꿈동산이다. 수회초등학교에서 교육 공동체 모두의 협력으로 꽃피운 프로그램은 수없이 많다.

올해 4월부터 생명 존중 및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본교 1~6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텃밭가꾸기가 운영됐다. 감자와 옥수수, 땅콩을 심어 학교 환경과 식물의 성장과정, 식물 사랑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교 학생들은 수시로 텃밭에 와서 물고 주며 잡초도 뽑고 벌레를 잡는 등 자발적으로 환경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5월에는 수회의 옛 지명인 ‘무두리’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고 마을 이름과 관련 있는 석문동천과 중산천에 가서 식물채집을 하며 강주변의 자연생태에 대해 알아보았고, 간이 수질 검사(COD 측정)를 통해 하천 오염을 확인하고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7월초에는 감자를 캐고 어른의 키를 훌쩍 넘어선 옥수수를 수확하는 체험활동을 했다. 수확한 감자와 옥수수로 학부모님을 초대해 감자전, 팝콘 등을 만들어서 교육 가족 모두가 나누어 먹는 ‘수확 나눔 축제’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생태교육의 단계로 의미를 확장시켰다.

아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신비와 고마움, 나눔과 협력이란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우리 삶과 연계된 체험을 통해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또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함부로 여기지 않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인성교육 또한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하였다.

11월에는 아홉 개의 보물을 품고 있다는 적보산에서 교육 가족의 트래킹 활동이 있었다. 학교 뒷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고 참여를 원하는 학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학교의 행사나 활동을 계획하기도 하고 여러 행사에 참여했지만 올해 텃밭가꾸기 활동을 비롯하여 수확나눔체험, 김장 축제, 트래킹 체험은 수회 교육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해 나눔을 직접 실천하고, 살아있는 생태체험을 할 수 있었으며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표현하는 학부모님의 지지를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 더불어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를 알아가며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온화함을 배우는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더욱 협력하며 사이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요즘은 흙을 밟는 대신 콘크리트를 밟으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식물과 자연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 작고 여린 싹이 힘차게 성장하여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씩씩하게 자라났으면 좋겠다. 아울러 아이들이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며 순화되고 선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 활동이 계속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학교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열정적인 학부모님들이 학교 교육에 무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교사로서 보람과 열정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