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백 삼십 냥이라…….”

마덕출이 집사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꿀과 청 백 냥, 약재 쉰 냥, 전분 육십 냥, 백탄 스무 냥은 그대로 하세. 그런데 안동포 한 동에 이백 냥은 예전 이야기일세! 그리고 버섯가루 열 자루도 생각을 해봐야겠네!”

“안동포 한 동에 이백 냥이면 결코 비싼 게 아니잖소?”

윤왕구 객주가 마덕출의 흥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보통 민가에서 짠 베 한 필은 두 냥 정도였다. 그렇지만 안동포는 워낙 팔도에 소문난 베라 그 배에 웃돈을 얹어주고도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안동 베였다. 베 한 동은 쉰 필이었다. 그렇다면 필 당 네 냥을 쳐도 이백 냥이었다. 그것을 마덕출은 비싸다고 깎자는 이야기였다.

“최 대주, 그러면 베는 다른 곳에 알아보세!”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에게 안동베는 다른 곳에 알아보자고 했다. 윤 객주도 이제껏 죽령을 넘어 충주로 들어온 안동포를 한양에 와 수없이 거래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기에 마덕출이 값을 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보게, 윤 객주! 마 주인이 얼마나 줄 수 있는지 금이나 알아보고 다른 곳으로 넘기든지 말든지 하게! 그래, 얼마나 금을 쳐줄 수 있겠는가?”

흥정을 깨려하자 유필주가 윤왕구 객주를 말리고 나섰다. 그리고는 마덕출에게 값을 물었다.

“백 냥 이상은 줄 수 없네!”

마덕출이 잘라 말했다.

“백 냥이면 일반 베도 그 정도는 받을 수 있는 베요. 이건 안동포란 말이오!”

윤왕구 객주가 안동포라는 것을 강조했다.

“안동포니까 그 정도라도 쳐주는 것이오!”

“안동포가 한 필에 두 냥이면 거저요. 아무리 후려쳐도 그렇게 값을 후리면 어떻게 거래를 할 수 있단 말이오?”

“요새 한양 땅 베 값이 곤두박질 친 것도 모른단 말이오?”

“윤 객주, 그건 여기 마덕출이 말이 맞다네. 자네도 낮에 봤다시피 공방에서 대량으로 베들이 쏟아져 나오며 값이 폭락한 것이 사실이라네!”

유필주가 마덕출이 말에 동조하며 윤왕구 객주에게 한양에서 베 값이 폭락한 연유를 말해주었다.

“떨어져도 그렇게 반 토막이나 났다는 말인가?”

윤왕구 객주는 마덕출과 유필주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반 토막이 아니라 점점 더 떨어질 것이오!”

마덕출이 확신하듯 말했다.

“이보게 마 주인, 그런 물건들이야 마구 만들어내는 물건이나 그런 것이고 그래도 이 베는 안동포니 다르지 않은가. 그러니 자네가 좀 더 쓰면 어떻겠는가. 여기 최 대주도 사온 금이 있을 텐데 그보다 밑지면 팔기가 그렇지 않겠는가?”

“그건 그쪽 사정이고, 지금 장에 형성된 금이 그런데 그걸 번연히 알면서 어떻게 손해를 보며 물건을 매입할 수 있겠는가. 자네라면 그리 하겠는가?”

마덕출이 유필주를 나무라듯 되물었다. 어제 처음 만나 자신의 집에 묵으라며 호의를 베풀던 때와는 달리 물건 흥정이 시작되자 마덕출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되었다.

“그래도 마 주인은 마당발이고, 더구나 안동포 품질이 최고니 임자를 만나면 좋은 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건 내 수완이고, 파는 사람이 관여할 부분은 아니지 않은가?”

마덕출은 매정했다.

“그러면 포는 일단 내벼두고, 버섯가루부터 흥정하시게나! 버섯가루는 뭐가 문제가 되는가?”

마덕출이 완강해 흥정해볼 여지가 없자, 유필주가 버섯가루부터 흥정하자고 제의했다. 흥정이 팽팽하면 잠깐 다른 일로 돌려 대립을 푸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버섯은 생버섯일 때 매기가 높은 것이오! 그런데 버섯가루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니 내놓아도 팔릴려면 오래 시간이 걸릴거요. 혹은 아예 안 팔릴 수도 있소! 그런 불안한 물건을 삼백냥이라는 거금을 들여 매입하기가 쉽겠소?”

마덕출이 최풍원에게 물었다.

“…….”

마덕출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옳았기에 최풍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최풍원으로서는 사라마라 어느 쪽도 말할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이까?”

윤왕구 객주가 끼어들며 마덕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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