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판을 받아왔던 화해·치유재단이 결국 2년 4개월만에 해산에 들어갔다. 여성가족부는 21일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종료하고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사상 최악의 외교참사로 꼽히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물로 태어난 화해·치유재단은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월 위안부 피해 생존자와 사망자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해 출범했다. 그러나 재단 설립은 앞서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 당시부터 논란을 불렀다.

피해 당사자들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고, 일본 측이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라는 졸속 합의 문구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국 내 여론이 시종일관 부정적인 것은 일본의 안하무인 태도도 한몫했다. 일본은 합의를 근거로 ‘약속을 지키라’고 우리 정부를 윽박지르는가 하면, 아베 신조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쓸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발언하는 등 한국을 대놓고 무시했다.

재단의 해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예고된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아베 총리와 첫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를 국민 정서상 수용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시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온 것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더욱이 재단은 민간 이사들이 지난해 말 전원 사퇴하는 등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정부의 이번 재단 해산 조치는 이런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재단 해산을 빌미로 일본의 외교적인 파상공세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달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감추지 않아 왔다.

당장 일본 외무성은 21일 이수훈 주일대사를 불러 우리 정부의 재단 해산 결정에 항의하며 한·일 위안부 합의 준수를 요구했다.

애초부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으로 풀어야 했다. 일본은 한국과의 갈등을 키우는 대신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에 진정성 있게 나서는 것이 그나마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자세다. 이제라도 한·일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묘수를 찾는데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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