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동양사회에서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 한번은 생물학적으로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고, 두 번째는 사회적 탄생으로 대학입시에 의해서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대학입시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생물학적 탄생만큼 그 중요성이 실제적이다. 동양사회에서 교육은 개천에서 용이 날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반영하여 중국 하남성 학생이 중국의 유명대학인 베이징 대학이나 칭화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가오카오(高考)를 기준으로 6천대 1의 경쟁률을 거쳐야 하고, 인도 공과대학(IIT)은 약 20만명이 지원하여 3,500명을 합격시킨다. 생물학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확률인 6억분의 1에는 미치지 못하나 동양권에서 유명대학을 가는 것은 선택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학입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사회 문제이고 종종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다.

대학 수시전형에 이어 지난주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주에 치러졌다. 그 수능이 너무 어려워서 비난조로 불(火)수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대학 교수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도 만점을 얻을 수 없는 문제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성 목소리도 들린다.

바람직한 시험은 타당성, 신뢰성, 난이도, 경제성 등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여러 가지 기준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 타당도와 변별력의 차원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타당도의 차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수학능력을 그 내용과 기준에 적합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기능하는지 의문이다. 그 문제가 전공 대학교수가 풀어도 만점을 얻을 수 없다면 타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시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정한 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험의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변별력을 높인다고 시험의 타당도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필자의 전공이 행정학이다 보니 종종 공무원 시험 문제를 내거나 출제 문제를 검증하게 된다. 일전에 한 자치단체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행정학 개론’ 문제를 검증할 기회가 있었다. 출제 문제를 검증하다 보니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가 상(上)인 문제라고 출제한 것을 보니 개론이 아닌 각론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를 내고, 관련 법규가 아닌 담당자만이 알 수 있는 시행령 내용을 문제로 출제하여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전공 교수도 만점을 얻기 어렵다.

공직시험에서 행정학의 타당성과 난이도가 문제가 되니 행정을 하여야 할 공무원이 행정을 모르고 공무원이 되고, 행정학과 학생도 행정학을 선택하지 않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이러한 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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