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을유(乙酉)년 닭띠해이다. 닭은 조류이면서 인간의 생물학적인 삶 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물이다.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 인간에게 단백질원을 공급해주고 있어 친숙한 동물이다. 이렇게 친숙하다보니 조류독감의 여파가 인간에게까지 미칠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닭이 헌신적이고 묵묵히 남을 도와주는 특성을 지녀서인지 잘나고 오만한 꿩에 밀려 “꿩 대신 닭” 이 돼 버렸다. 어디 그 뿐인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닭대가리” 등의 속담과 속어를 통해 닭과 여성을 비하해 왔다. 다행이도 세상이 좋아져 예전의 여성비하의 시절에서 이젠 여인천하의 시절이 돼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고 말들하고 있으니 올 한 해 만큼은 여성들이 많이 울어야 좋을 듯싶다.

12간지(干支)의 동물 중에 유일한 날짐승인 닭은 많은 장점을 지닌 것으로 선조들은 일컬었다. 그래서 닭띠인 사람을 보고 앞을 내대보는 예견력을 지닌 재주 있는 사람이라 했다. 특히 닭띠 해의 운기를 타고 나면 탁월한 지적능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크게 되든지 쪼그라들든지 하는 극단적인 운명을 지닌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닭의 외양적 특성을 통해 오덕(五德)을 지닌 동물로 미화했는데 그 오덕(五德)은 문(文), 무(]武) ,용(勇), 신(信), 인(仁)으로 표현되고 있다. 닭의 머리에는 벼슬이 있는데 이를 관으로 상징해 문(文)이라 했다. 아마도 닭의 선견력과 계획성 등의 지적능력을 두고 한 말로 이것이 첫 번째 덕이다. 이덕(二德)은 무(武)로써 날카로운 발톱을 상징한다. 그 발톱으로 적을 만나면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적과 용감히 싸우는 용맹성을 표현한 것이 삼덕(三德)의 용(勇)이다. 사덕(四德)은 때를 맞춰 새벽을 알려주는 울음소리로 늘 시간을 지킨다는 신(信)의 상징이다. 마지막으로 오덕(五德)은 인(仁)으로써 닭의 어진 마음을 상징한다. 흔히들 닭은 주위를 파헤쳐 망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먹이를 발견해 파헤치고 발견된 먹이를 동료 무리들에게 알리고 자신은 헌신을 다하는 모성애적인 인(仁)으로 표현한다.
을유년 신년을 알리는 새벽닭이 울었다. 새해 소망을 비는 행사들도 많이 있거늘 올해에는 제발 인(仁)의 닭의 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알려 교류하면서 나누어 갖는, 그리고 뒤에서 돕고 봉사하는 그런 평화로운 한해이기를 빈다.

더욱 간절한 마음은 다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금수로서의 닭을 닮는 한해이기를 기원한다. 왜냐하면 최근 10여 년간 출산율은 저조해 인구구조에 위기를 초래할 만큼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근년 한해에 신생아가 약 50만 명 미만으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대로 진행되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인구비율이 20%이상인 초고령화로 진입한 괴산군과 보은군은 특히 출산율을 높여야 노인의 비율이 떨어질 것이 아닌가.

올 을유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도시의 젊은이나, 농촌에 시집오기를 꺼리는 여자가 많아 장가를 못가고 있는 농촌총각도 혼례 닭을 사이에 둔 전통혼례식을 올리고, 장모님이 잡아준 씨암탉 많이 먹고 아이를 쑥쑥 낳는 한 해이길 바란다.

아울러 올 한 해 만큼은 암탉이 울어야 알을 낳듯이 암탉이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한해가 될 것이라 믿어본다. 이렇게만 된다면 닭이 지닌 문무용신(文武勇信)을 아우르는 살신성인의 인(仁)의 정신이 암탉을 통해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여 가히 인(仁)의 덕을 베풀어 주소서.


한 규 량 < 청주 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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