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얼마 전 부터 필자가 사는 동네에 주민들이 레미콘공장 설립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주민들의 구호는 확고했다. 청정지역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공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에서 그나마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지역인데 드디어 여기도 오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지난해 청주시 무심천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사실 무심천 상수원보호구역은 무심천에서 취수를 했던 영운정수장 때문에 하천에만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주변지역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청주시의 통합정수장이 완공되면서 영운정수장이 필요 없게 돼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한 것인데, 문제는 상수원보호구역에 따른 주변의 공장설립 제한지역 및 승인지역까지 한꺼번에 해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공장설립 제한 및 승인지역으로 묶여있어 개발수요를 버틸 수 있었는데 규제가 해제되면서 아파트는 물론 공장까지 쉽게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레미콘공장도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시설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상권도 활성화 된다. 편의점과 식당이 생겨서 편리한 면도 있다. 땅과 집값이 오르기도 하고, 오래 걸리던 도로 포장도 빨리 해결해 준다. 한마디로 농촌에서 도시의 모습과 행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환경오염과 관련된 시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오염시설이 들어서서 이득을 보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이고, 이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유의 비극인 것이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피해는 공유화되기 때문에 공유의 비극이 발생한다.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당연히 비산먼지가 날릴 것이고, 레미콘 공장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주변 동네사람들에게 얼마의 발전기금을 내는 것이 전부이다. 공장에서 내는 세금은 주민들에게는 전혀 체감할 수 없는 규모이다. 마을주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마을주민의 입장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청주시 주변은 다른 지역에 비해 레미콘과 아스콘 공장이 많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도 서로 출혈경쟁이 심해서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땅값이 싼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고, 도시 근교의 농촌마을이 적합한 부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청주시 근처의 그 많은 레미콘과 아스콘은 누가 사용하는가?

레미콘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마을주민과 필자 모두 그 레미콘과 아스콘이 주는 편리함의 혜택을 선택하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동네에 아스콘과 시멘트로 포장해 달라고 민원을 넣을 때 우리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도로 포장의 편리함을 요구할 때, 그 요구는 경제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했고, 공장 설립의 필요성을 발생시킨 것이다. 하필 그 수요창출 요구에 대한 화답이 우리 동네라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레미콘공장 부지가 다른 동네였다면 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라고 필자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편리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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