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경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대부분의 사람이 장을 볼 때 가격이나 품질 못지않게 꼼꼼히 따져보게 되는 것이 유통기한이다. 최대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어느새 기한이 지나간 것들을 발견하면 이 제품을 먹어도 되는지 아니면 눈 딱 감고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시켜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유통기한은 우리가 실제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보다 짧다. 그래서 많은 제품이 유통기한이 지난 뒤에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유통기한(sell by date)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식품 등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도 되는 최종 시한을 말한다. 즉 제품이 유통되는 기간에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소비자와의 약속인 것이다. 현재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실제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선에서 결정된다. 이 기한을 넘긴 식품은 부패 또는 변질되지 않더라도 판매할 수 없어 제조업체로 반품된다.

이와 달리 소비기한(use by date)은 미 개봉 상태에서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식품 소비의 최종 시한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변질에 민감한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9~14일(냉장 기준)인데 비해 미 개봉 시 45일, 치즈는 70일까지 품질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두부는 유통기한 이후 90일이나 된다. 즉 소비기한이 경과되지 않고 음식에 변질이 없다면 실제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는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을 따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식품에 표기돼 있는 유통기한은 알기 쉽지만, 소비기한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유통기한 표기 방식은 제품의 안정성이라는 장점에 비해 소비 가능한 식품의 폐기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2년 7월 보건복지부가 일부 식품에 대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나 소비자들의 혼돈과 기업들의 추가 발생 비용 등을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그리고 식품별 올바른 보관 방법 가정 하에 정해지는 소비기한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한 채 보관 부주의에 따라 발생하는 품질 문제 등으로부터 제조업자나 유통업자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단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식품의 비용이 1조 원을 넘는다는 뉴스를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정부에서는 식품의 안정성과 자원 재활용 측면을 고려한 표기 방법을 도입하고 또 소비자들은 올바른 소비기한을 인식해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식량 문제, 환경오염 개선 등 사회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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