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 장사꾼들 생리이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믿고 거래해야하는 것이 장사꾼들의 부동한 생활이었다.

“최 대주, 우리 앞으로 잘해 보세!”

함길중 대고가 최풍원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자, 이제 모든 소관이 끝났으니 최 대주 가세!”

윤왕구 객주와 최풍원이 함길중 대고의 시전을 나왔다.

“객주 어른, 청풍에 있으면 돈도 되지 않을 물건이 대부분인데 도성에 오니 돈이 됩니다.”

“장사가 그런 것이네. 나는 흔해서 검불처럼 취급해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검불도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장사 아니겠는가?”

“그래도 청풍에서 나는 특산품을 팔아 쌀을 백 석이나 가까이 만들었으니 가지고 가면 사람들 입이 바소쿠리만큼 벌어지겠구먼요!”

최풍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했다.

“그나저나 삼개에 있는 물건들은 어찌해야 할까?”

윤왕구 객주가 아직도 나루터 배에 실려 있는 북진본방 물건들을 걱정했다.

공납품이야 대궐로 들어가는 공물이라 이미 사전에 정해진 금이 있었으니 달리 흥정이 필요 없었지만 과외로 가지고 온 물건은 그렇지 않았다. 백탄이나 꿀·조청·칡청·전분·버섯가루 같은 기호품과 양념류, 약재와 피륙·건버섯·칡뿌리 갈근·건대추 같은 물건은 딱히 정해진 값이 없었다. 그런 물건들은 이제부터 흥정을 해야 할 판이었다.

“객주 어른, 다른 마찬가지겠지만 영월 맏밭나루 성두봉이 물건은 그들 일 년 농사랍니다. 좋은 금으로 잘 팔아다 주어야 되는데 걱정입니다.”

최풍원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두봉이 물건은 칡청, 건버섯·갈근·건대추·감자전분·도토리전분·칡전분 같은 주로 말린 것들과 가루였다. 그 가운데서도 도토리전분과 칡전분, 그리고 버섯가루는 처음으로 한양에 선보이는 물건이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그런 물건이니 거래가 있었던 적도 없고 어느 정도라도 정해진 값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값을 정하는데도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칠패장 유필주네 상전으로 가세! 거기 가서 어떻게 금이 만들어지고 있나 알아보세!”

“저는 객주 어른 처분대로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칠패장 유필주 상전에 당도하니 이미 그는 출타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그래, 갔던 일은 잘 됐는가?”

“이미 정해진 일 확인만 하면 될 일이니 잘되고 말고 할 게 뭐 있겠는가.”

“그래도 큰일 아닌가?”

“내 물건이야 그렇지만, 아침나절에 얘기했듯이 여기 최 대주는 공납물품보다 삼개에 있는 물건들 처분이 더 큰 문제라네. 어떻게 생각은 해보았는가?”

윤왕구 객주가 칠패 장사꾼 유필주에게 의향을 물었다.

“내게 넘겨달라고 아침에 내 의사를 분명히 했지 않은가?”

“금이 문제 아니겠는가?”

“금이야 물건을 보고 얘기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것은 유필주 말이 백번 지당했다.

최풍원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했을 뿐 값을 흥정한 것은 아니었다. 또 물건도 보지 못했는데 값을 정하는 것은 족집게 무당도 못할 일이었다. 장사는 감이 아니라 눈이었다.

“내게 넘길 텐가, 아니면 마덕출이에게 넘길 텐가?”

유필주가 입꼬리에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자네가 물건을 보고 흥정을 하겠다니, 나도 더 주는 사람에게 넘겨야겠네!”

윤왕구 객주도 맞받아쳤다.

“윤 객주 일단 삼개로 같이 가서 물건을 보고 결단을 하세!”

“지금 말인가?”

“당장 가세!”

유필주가 당장 삼개나루로 가자며, 윤왕구 객주와 최풍원을 데리고 삼개나루로 갔다.

한양에는 오강이라고 해서 다섯 군데의 나루터가 있었다. 이 나루터에서는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물산들을 하역하고 보관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삼개는 한강 하류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강운과 해운의 중심지였다. 예로부터 한양의 대표적인 나루터 중 한곳으로 주로 삼남지방에서 오는 곡물을 풀어내려 보관하는 동시에 서해에서 올라오는 수산물이 풀어지는 곳이 삼개였다. 삼개나루는 한양에서 필요로 하는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팔도 각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물산들이 풀려나가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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