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지난 10월 1일은 중국정부가 수립된 ‘국경절’이다. 연휴기간 북경을 4박5일간 일정으로 다녀왔다. 중국에서 연휴기간이라서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던지!

만리장성을 입장할 때부터, 화장실을 급히 다녀오는 바람에 아내를 잃어버렸다. 한 시간 동안이나 허둥대며 뛰어 다니다 보니, 장성에 올라가기도 전에 지쳤다.

심양에서 왔다는 관광객은 만보기를 가지고 왔는데, ‘4만2천보’를 걸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국의 가을과 같이 맑아서 그런지 피곤한 줄 몰랐다.

이튿날은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해 천안문에 벌써 인산인해였다. 그 속에서 일곱 시간을 걸으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더 큰 고역이 오후에 ‘공왕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왕부’라면 서태후가 공친왕에게 하사한 저택으로 황실 식구들이 살았던 곳으로, 명나라 때는 홍루몽의 무대가 된 곳으로도 더욱 유명하다.

자금성에 비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밀려오다보니 주체를 못한다. 입장하는 데도 도저히 들어갈 기약이 없었다.  입구에서 그렇게 마냥 기다리자니 죽을 지경이었다.

‘사바’세계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라고 한다. 이것은 인고(忍苦), 즉 고통을 참아야만 하는 곳이란다. 사바가 나오면 ‘이고득락(離苦得樂)’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고통을 여의면  즐거움을 얻는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배낭 속을 뒤져 조그만 책자를 꺼냈다. 그리고 외우기 시작하였다. 가다가 막히는 구절이 생기면 책을 보면서 이어 갔다.

‘금강경’이다. 금강경은 불교경전이지만, 종교를 초월하여 명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목사나 신부들 가운데도 조예가 깊은 대가들이 있다. 금강경은 난해하지만 ‘이고득락’의 수행서로서는 더 없이 훌륭한 경전이다.

화가 나서 치밀어 오를 때면, 필자는 이경을 외움으로써 끓어오르는 마음을 다스린다. 오늘날은 과학발달로 물질적인 궁핍에서는 벗어났지만, 스트레스는 더욱 치성하다. 이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다. 스트레스를 참는 게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다. 이것이 수행이요 인격이 한 차원 상승하고 성숙되는 과정이다.

금강경의 핵심을 1자로 표현하자면 ‘상(相)’이다. 그러면 ‘상’이란 무엇인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재산, 명예, 권세, 사랑 !’이 그것이다.

금강경에서는 이것이 ‘허상’에 불과한데, 이것을 떠나라고 가르친다. 이걸 떠나는 것을 이상(離相)이라고 한다. 금강경을 ‘이상경(離相經)’이라고도 부른다. 이상(離相)이면 이고(離苦)요, 이고(離苦)면 득락(得樂)이다. 즉, 모든 상은 허상에 불과하다. 허상을 여의면, 고통을 떠날 수 있고, 그러면 즐거움이 온다.

5일간의 힘들었던 북경 여행! ‘이상(離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여행이요, 수행이요, 구도자의 역정이 아닐까? 그래서 부단히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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