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덕필 선주가 문을 열고 있는 상전들을 가리켰다. 마덕필이 가리키는 전들을 보니 모든 집들이 하나같이 이상하게 생겼다. 전들이 원두막처럼 이층으로 지어졌는데 그 규모가 대단히 컸다. 아래층은 기둥을 세워 삼면을 막고 거리 쪽을 바라보고 앞쪽은 틔워 전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고, 아마도 이층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공간처럼 보였다.

“어째 집들이 저리 생겼나요?”

최풍원이 물었다.

“여기는 강가라 지대가 낮아 장마가 지면 자주 강물이 범람하기 때문에 저렇게 짓지 않으면 노다지 수해를 입기 때문에 예전부터 저렇게 지은 것이라네.”

마덕필 선주가 삼개나루 강가 상전이 전수 이층으로 지어진 까닭을 알려주었다.

삼개나루 상전 거리는 번잡하고 복잡했다. 장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삼개 전체가 장터였다. 큰길 양쪽으로는 번듯번듯한 기와집들이 길을 사이로 상전들이 서로 마주한 채 줄줄이 이어져 있고, 전들마다 갖은 물산들이 그득하게 쌓여있었다. 전들은 큰길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꼬불꼬불한 골목길까지도 집 앞이나 담 벽 아래 물건들을 내놓고 팔고 있었다. 어물과 소금, 그리고 곡물 상전들도 많았지만. 사람들이 일상에 사용하는 자잘한 물건들을 파는 난전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많았다. 물건의 수도 많았지만, 그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도 그만큼 많았다.

“삼개에는 소금과 젓갈장수만 있는지 알았더니, 무슨 장사꾼들이 저리 많은가요? 저들이 다 뭘 어떻게 먹고 산대요?”

삼개나루 상전 어디를 가도 물건과 사람들로 넘쳐나자 최풍원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기위해 전을 펼쳐놓고 있는 장사꾼들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삼개라고 소금과 어물만 먹고 살겠는가. 사람이 먹고 자고 입고하려면 온갖 게 다 필요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여기는 바닷가 사람들과 육지 사람들과 산골사람들이 모두 모여드는 곳이니 온 길에 필요한 것을 서로 구하려다 보니 없는 물건이 없고 없는 장사치가 없지.”

마덕필 선주가 얼이 빠진 듯한 최풍원을 빙긋이 바라보며 삼개나루 상전 자랑을 했다.

“그래도 물건과 장사꾼만 득실거리는 것 같습니다요.”

“저 물건들을 삼개 사람들만 먹는가. 도성 안에 사람이 얼만가, 저 물건들로 도성 내 사람들이 먹고 살고, 팔도 사람들이 모두 먹고 살아야하는데 저걸로는 어림도 없지. 아마 저 정도 물건들은 매일처럼 들고 날걸세!”

“참으로 한양은 대단합니다!”

“아직 한양 구경은 시작도 못했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눈도 떼지 못하고 있는 최풍원에게 마덕필 선주는 본격적인 한양 구경은 하지도 못했다며 기를 죽였다. 삼개나루 상전 거리만 해도 청풍읍내 관아와 장터를 생각하면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다. 아마 충청우도에서 가장 큰 충주 상전도 삼개 상전에 비하면 천양지차였다.

그런 삼개 상전을 보고 있는데, 한양 구경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니 도대체 한양의 상전들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최풍원은 한편으로 삼개 상전이 부러웠다. 자신도 북진을 삼개나루처럼 번성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객주 어른, 한양 장터들을 모두 둘러보고 가면 안 될까요?”

최풍원은 이번에 한양에 온 길이 한양에서 열리고 있는 장터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윤왕구 객주에게 청을 넣었다.

“마 객주, 사흘 뒤에 영월로 올라간다 했던가?”

“그러네.”

“그럼 사흘 동안 부지런히 돌아보자꾸나.”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의 청을 받아들였다.

“대충 둘러보았으면 이제 나루터로 가보세나. 아마도 지금쯤이면 함 대고 상전에서 보낸 우마차들이 뱃전에 당도해있을 것 같으이.”

마덕필 선주가 두 사람에게 나루터로 가자고 했다.

북진본방과 윤 객주 상전에서 공납물산을 싣고 온 경강선이 정박해있는 삼개나루 부두로 가자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강가 둔덕에서부터 갯벌이 쌓인 곳까지는 널빤지로 길을 깔아놓았고, 배가 정박해있는 강물까지는 통나무를 바닥에 박아 나무다리를 설치해 부두를 만들어 놓았다. 수십 바리의 소가 끄는 수레는 대선이 닻을 내리고 있는 뱃전까지 다가가 짐 실을 준비를 하며 일렬로 도열해있었다. 배에서 짐을 부리는 짐꾼들은 배의 갑판에 실려 있는 짐들을 곧바로 마차에 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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