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주, 공납물품은 시전까지 어찌 할 것인가?”

최풍원의 주저거림을 외면하고 윤왕구 객주가 마 선주에게 공납품을 어떻게 옮길 것인지 그 방법을 물었다.

“아침나절에 함 대고 시전에서 마부와 마차를 보낸다고 했다네.”

“그렇다면 나도 그들과 함께 가서 함 대고를 만나고 공납 물품 값을 어떻게 지불해줄 것인지 약조를 하고 와야겠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오간 얘기가 없었던가?”

“공납할 물목만 받아갔구먼.”

“함 대고라면 그런 약조도 필요 없을 걸세. 이 정도 물량이라면 윤 객주가 원하는 대로 돈으로 달라면 돈으로 물건으로 대체해 달라면 물건으로 그 자리에서 해줄 것이네! 그러니 그건 염려 말고 나머지 물산들은 어찌 하겠는가?”

마덕필 선주가 공납품 외의 물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되물었다.

“그건 여기 최 대주 물건이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물건일세!”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 핑계를 대며 즉답을 피했다.

윤왕구 객주는 함길중 대고를 만나 좀 더 나은 값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의향이었다. 물건이라는 것이 똑같은 물건이라도 장소에 따라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또 똑같은 물건이라도 흥정하기에 따라 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니 한 사람 이야기만 듣고 덥석 물건을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윤 객주는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이것저것 시세를 알아볼 참이었다.

“웬만하면 우리 형님에게 넘겨주게. 함 대고에게 가 봐도 별 수 없을 걸세!”

마덕필 선주가 윤왕구 객주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했다.

비단 마덕필 뿐만이 아니라, 평생 장사꾼들 틈바귀에서 눈치로 살아온 장사꾼이라면 사람들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쯤은 늙은 무당 눙치는 점보다 용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자신이 이야기를 해놓고도 너무나 딱딱 들어맞는 것이 신기해 혹시 신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더구나 윤왕구 객주와의 거래는 해를 따질 필요도 없이 오래 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표정이나 말투만 들어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족집게처럼 알 수 있었다.

“객주어른, 웬만하면 여기 넘기시는 게 어떨까요?”

최풍원이 윤왕구 객주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의향을 물었다.

최풍원은 마덕출 여각주인이 며칠이고 거저먹고 자라는 말도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마덕필 선주의 배로 물산을 싣고 온 것도 마음에 걸렸다. 물론 운임을 받고 실어다 주는 것이지만, 이왕에 넘길 물건인데 자신들에게 마음을 써주는 마 선주 형제들에게 넘겨주면 매부 좋고 누이 좋은 일이 아닐까 해서였다.

“물론 자기에게 이롭게 해준 사람의 공을 잊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거래는 그리 하면 안 되네!”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의 생각을 잘랐다.

“윤 객주, 알아보고 하시게!”

윤왕구 객주의 단호함에 마덕필 선주도 더 이상 그 이야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덕필 선주의 표정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최풍원은 그것이 더 이상했다. 보통 사람들의 관계라면 그렇게 몇 번이나 부탁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다면 서운한 표정이라도 짓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마 선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환한 웃음까지 보이며 윤 객주를 대했다. 그런 마 선주가 최풍원의 눈에는 속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 선주, 내 물건이라면 그리 할 수도 있다네. 하지만 최 대주는 이런 거래가 처음인지라 여러 방법을 가르치려고 그러는 것일세. 그러니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마음 쓰지 말게. 장사가 인정만으로 하는 일인가?”

윤왕구 객주가 변명을 했지만 마덕필 선주는 그 이면을 읽고 있었다.

“미안허이! 같은 값이면 자네 형님에게 넘기겠네!”

윤왕구 객주가 마덕필에게 자신의 들킨 마음을 표현했다.

“함 대고네 마차가 당도하기 전에 삼개 상전거리나 한 바퀴 돌아보세!”

세 사람은 삼개나루를 걸어 강가 둔덕으로 올라섰다. 아직 본격적으로 장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둔덕 위로는 각종 어물전과 젓갈, 그리고 소금 전들이 문을 열며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것들이 전수 도가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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