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프랑스 속담에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은 신의 비밀이고 세 사람 사이의 비밀은 모든 사람의 비밀이다’라고 한다. 비밀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일반대중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비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비밀은 국가 사회의 모든 체제에 존재하고, 정보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비밀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비밀스러운 것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진다. 2018년 1월에 나온 미국 언론인 마이크 울프가 쓴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 백악관 내부 비밀을 폭로한 것으로 단숨에 아마존 도서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 보브 우드워드 워터게이트 기자가 출간할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또한 백악관의 비밀을 폭로한다고 하니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정부가 검토 중인 신규주택 공급지역 8곳을 자신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신 의원의 기밀 불법 유출은 하루가 멀다고 문제가 되는 아파트와 부동산 정책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신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시가 포함된 신규주택 공급 지역에 대한 택지 공급 정보를 공개한 것을 지역 주민을 위한 행위로 변명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고 감시해야 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비밀준수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단순히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직무상 그리고 도덕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기국회와 국정 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앞다투어 행정정보를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이고, 확대돼야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갑의 권리를 가지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법 뿐만 아니라 상식에도 통하지 않게 공개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공인과 공무원이 직무상의 비밀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졌지 않는 사항으로서 그것을 알리지 않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하며,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말한다.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의무 가운데 비밀엄수 의무가 중요하다는 것은 장관이나 사무관과 같이 고위 공직자를 비밀(secret)을 어원으로 하는 secretary라고 부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많은 전쟁의 패배는 비밀 누설에 있고, 기업의 패망은 기업 비밀 정보의 누출에서 연유하며, 개인의 어려움은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은 삼손이 가진 머리카락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비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자신이 삼손을 이긴 것처럼 영웅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 잘못된 영웅들이 적폐 청산과 정의, 내부자 고발 등의 이름으로 지켜야 할 비밀이 너무도 많이 공개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청와대 안방까지 들어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