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오늘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90세 안팎의 이산가족 상봉 당사자들은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는 백민준(92)씨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냐”라며 그동안 오늘을 위해 건강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조카를 만나는 이병주(90)씨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카가 벌렁벌렁 기어 다닐 때 보고 이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형 관주(93)씨와 함께 상봉에 나서며 옷과 시계 등의 선물 보따리를 7개나 준비했다. 동생과 제수를 만난다는 함성찬(93)씨는 가족들 생사를 확인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저마다 양말과 비누 등의 생필품과 겨울옷과 속옷 등 의류를 비롯해 운동화, 영양제, 화장품, 양산, 사탕 등 선물을 한가득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20일 오전 식사하고 8시40분 북측 가족을 만나러 가는 버스에 오른다. 고성을 거쳐 통행검사를 받고 이산가족면회소가 있는 금강산으로 향하며 오후 3시에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의 형식으로 감격의 재회를 할 예정이다.

이산가족을 상봉하게 되는 연령층은 대부분 90세 이후의 고령자들이다. 이산가족들의 연령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당첨이 안 돼 포기하는 가족들은 다음을 기약하다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산가족을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다.. 남북 당국자들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상설면회소 설치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이산가족 상봉이 영원히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이산가족의 마음을 애태웠다. 다행히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평화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가장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남북이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전향적인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며, 더 많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상설 면회소 설치와 만남의 정례화를 추진하기 바란다.

전쟁으로 헤어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상설면회소의 설치는 전례 없는 훈풍이 부는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고령으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많은 이산가족이 하루라도 빨리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화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로 확대·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판문점선언의 확대·발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번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남북관계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남북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방문, 상봉 정례화 등 남북 이산가족의 근본적 해결을 포함시켜야 한다. 곧 세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된다.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의 문제점이 모두 해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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