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옛날 진(晉)나라에는 도둑이 들끓었다. 민가에는 좀도둑이 많았고, 산속에는 큰 도둑이 많았고, 관가에는 고혈을 빠는 도둑이 많았고, 궁궐에는 통 큰 도둑이 많았다. 왕은 도둑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별별 수단을 다 써보았지만 도둑이 줄어들기는커녕 도리어 늘어만 갔다.

어느 날 신하 중 하나가 옹이라는 지방 관리를 데려와 왕에게 소개하였다.

“아뢰옵니다. 이 관리는 사람의 관상만 보고도 그가 도둑인지 아닌지를 아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 관리가 있는 고을은 도둑이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라의 도둑을 잡는데 한 번 써보심이 어떨까 해서 데려왔습니다.”

왕이 그 말을 믿고 옹을 호위부 위관으로 삼아 도둑을 잡도록 했다. 옹은 정말로 사람의 눈만 보고도 바로 도둑을 가려내는 족집게 같은 능력이 있었다. 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수십 명의 도둑을 잡았다. 매일 같이 궁궐감옥은 도둑들로 가득 찼다. 왕이 그때서야 흡족해하며 마음을 놓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노자의 제자인 문자를 만나 말했다.

“나는 단 한 사람을 써서 나라 안의 도둑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번거롭게 군대를 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자 문자가 말했다.

“도둑은 잡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늘 백 명을 잡으면 내일 백 명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 옹이라는 자는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도둑들이 옹이 때문에 마음 놓고 도둑질을 할 수 없어서 회의를 했다.

“옹이라는 놈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기에 우리를 괴롭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편히 도둑질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놈부터 처지 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도둑들은 어느 날 옹을 기습 공격해 살해하고 말았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귀한 인재를 잃어버린 슬픔에 문자를 불러 하소연하였다.

“옹이 도둑에게 살해당했소! 이제 나라 안의 도둑들을 어찌 잡는단 말입니까.”

이에 문자가 대답했다.

“깊은 연못 속에 물고기를 환히 볼 수 있는 사람은 화를 당하고, 남의 감추어진 비밀을 알아내는 사람은 재앙이 닥친다고 했습니다. 옹은 그래서 죽은 것입니다. 왕께서는 정말로 도둑이 없는 나라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정직한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면 됩니다. 위에서 모범을 보이면 아래는 자연히 맑아지는 법입니다.”

왕이 이를 받아들여 청렴하고 정직한 신하 수회를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그가 회계와 비용에 대해 정직하자 밑에 관리들이 따라서 정직해졌다. 그러자 백성들이 또한 이를 본받아 정직해졌다. 어느 날 도둑들이 모두 다른 나라로 도망치고 말았다. 이는 ‘열자(列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고식지계(姑息之計)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백성들을 속여서 잠깐 해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나라에 돈이 없어 나라다운 나라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라에 도둑놈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둑놈을 없애려면 법보다 제도가 우선이다. 나랏돈의 예산 지출 내역을 전면 공개하면 된다. 별 것 아니지만 도둑놈들은 아마 손발이 벌벌 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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