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느타리버섯가루 자루고, 이건 표고, 이건 송이, 이건 송이보다도 더 맛있다는 일능이버섯가루요. 그리고 이 자루는 먹버섯, 밤버섯, 밀버섯, 싸리버섯 같은 잡버섯을 몽땅 섞어 가루를 낸 자루라네.”

성두봉이 용도를 묻는 최풍원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지게에 실린 자루를 일일이 짚어가며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말했다.

“성 형, 대체 그걸 뭣에 쓴단 말인가?”

최풍원은 궁금증이 더해져 재차 물었다.

“그새 잊었는가?”

“뭘 말인가?”

“지난번 북진난장 때 칡청과 칡전분 가져왔을 때 다른 특산품도 있으면 가져오라고 했던 말 잊었는가?”

“내가 그랬던가? 그러고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도 같네.”

최풍원이 어사무사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지난번 난장 때 성두봉이 영월에서 가지고 왔던 물산 중에 칡청과 칡전분을 가지고 이래저래 얘기를 했던 것도 같았다.

칡전분도 그렇지만 특히 칡청 같은 것은 만드는 공력도 그렇고 비싸 영월 같은 데서는 별로 판로가 없다는 이야기였었다. 그때 최풍원이 충주 같은 큰 고을에서는 팔릴 지도 모른다며 충주 윤 객주 상전으로 칡전분과 칡청을 넘겼었다. 그리고 성두봉에게 영월에만 있는 그런 특산품이 있으면 가져와보라고 했었다.

“최 대주, 우리 영월에서는 임 옛날부터 버섯가루를 양념으로 써왔다오. 저 버섯가루를 음식에 넣어 끓이면 그 맛이 기가 맥히다네. 그래서 생각해보니 한양 같은 곳에는 사람도 많고 주막도 많을 것 아니겠는가? 한양에서는 워낙에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니 이런 것도 먹힐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져와 봤네.”

“그래 저 정도면 값이 얼마나 나가겠는가?”

최풍원이 버섯 가루가 실려있는 지게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야 한양에 가봐야 알 것 아닌가?”

“물건 주인이 받을 값을 말해야지 모르겠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기존에 상시로 팔리는 물건이라면 어느 정도 금이 정해져 있겠지만, 처음으로 내놓는 물건이니 일단 내놔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좋아도 살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성두봉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도 그럴 듯싶었다.

“그래도 저걸 만드느라 들어간 공력이 있을 게 아닌가?”

“버섯이야 산에 가면 지천으로 있는 것이고, 작년 가을에 따느라 들어간 공력하고, 말려놓았던 것을 절구에 빻느라 그게 제일로 공력이 들어갔다네. 아낙들 품삯이야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글쎄 얼마를 받아야 하나.”

성두봉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일단 생버섯 값에다 품 들어간 것은 받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저 정도 버섯가루면 생버섯이 얼마나 들어갔는가?”

“버섯 스무 근 말려야 가루 한 근 나올까 말까 하다네.”

“그렇다면 일단 저거 한 자루가 생버섯 스무 자루도 넘는다는 얘기네. 생버섯 한 자루는 얼마쯤 하는가?”

“버섯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송이나 능이 생버섯은 한 근에 일전 안팎이고, 잡버섯은 두 문 가지. 저거 자루 하나에 어림잡아도 닷 관은 나갈 테니 따져보구려.”

성두봉이 최풍원에게로 계산을 떠넘겼다.

“물건 값을 받을 사람이 얼마를 달라고 해야지, 어째 살 사람한테 계산을 하라고 하는가. 장사를 어찌 그리 더듬하게 하는가?”

최풍원이 성두봉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더듬한 게 아니라 물건 값을 치기 힘드니 하는 말일세. 지난 가을에 염장해둔 버섯도 다 먹지 못했는데, 마른버섯을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 아마 가을이 돌아와 햇버섯이 나올 때가 돼도 남아있을걸세. 그런데 이렇게 가루로 내어 팔 수 있다면 빻느라 고생이야 좀 했지만 눈먼 돈이나 다름없는 돈이 들어오는 것 아니겠는가. 나야 팔리기만 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아무리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이 제 물건 귀히 여겨야지, 그리 내버리듯 하면 누가 그 물건을 귀하게 사겠는가?”

최풍원이 핀잔을 주었다.

“내가 최 대주한테나 그러니 다른 장사꾼이나 장터에 가서도 그러는 줄 아는가?”

그것은 성두봉의 상술이었다. 그래도 최풍원은 자신을 믿고 전적으로 물건을 넘겨주는 성두봉을 보며 오랜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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