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들어 광역·기초의회의 정례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를 받느라 의회를 분주히 오가며 의원들을 이해시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방의회의 행정감사권은 한해의 행정사무를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조사하는 중요한 임무다. 지방의회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예산·결산심의는 자치단체의 불요불급한 예산은 삭감·조정하고 혈세가 제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합의제 의결과정이며 또 자치입법인 조례의 제정과 집행부의 감시기능도 지방의회가 가진다.

그러나 부활 13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지방의회는 제대로 착근되지 못한 채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는 겉돌고 있다. 일부 자질이 부족한 의원들은 각종 이권과 인사에 개입하고, 재탕·삼탕의 발언에다 명색이 ‘민의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폭력·고성이 오가는 상식이하의 의정활동으로 맥 빠지게 만든다. 일부는 정례회의 기간동안 의회권위를 세우겠다며 벼르고, 눈엣가시같은 간부를 ‘손봐주는 장’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공무원들은 ‘의원님 모양새(?)’를 잘 갖춰줘야만 ‘집요한 괴롭히기’가 끝난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고, 이러니 일년 중 이때만 잘 넘기면 된다는 우스갯말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상식이하의 한 건주의식 호통에도 배알이 뒤틀리지만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비위를 맞춰야할까 곱씹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방의회는 제도적 한계와 집행부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답변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러나 지방의회를 흐리는 잘못된 한 두 사람 때문에 풀뿌리민주주의의 발전을 후퇴시키고 지방의회의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무보수 명예직을 유급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실정에 있다.

지방의회 발전의 요체는 의원 자신들이다. 이들이 특권의식에 빠져 권한을 누리기만 할뿐 위임받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제도자체를 없애자는 냉소주의가 힘을 얻게 된다.

광역·기초의회는 이번 정례회에서 선심쓰기식, 나눠먹기식의 예산관행은 배제해야 한다. 단 한 푼의 예산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심의는 물론 불황 등으로 폭발지경에 처한 주민들을 아우르고 보듬을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내년 살림을 챙기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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