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도 영월 맏밭나루 성두봉 임방주의 기별을 최풍원에게 전했다.

동몽회 대방 도식이의 이야기를 듣고 살펴보니 있어야 할 박왕발이가 보이지 않았다. 박왕발이는 어제 수산장 패거리들에게 몰려 곤경에 처했던 최풍원 일행을 알려 위기에서 구하고 동몽회원들을 따라 죽령으로 경상도 장사꾼들 마중을 갔었다. 그런데 경상도 장사꾼들은 북진에 당도했지만 박왕발이와 동몽회원들 대여섯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딸려 보냈던 소도 한 바리 보이지 않았다. 도식이 얘기를 듣고 나서야 박왕발이와 동몽회원 일부가 어제 본류에서 떨어져나가 단양 땅 못 미쳐 하진에서 조산촌으로 들어갔음을 알았다.

“대주 형님, 어제 아침나절에 나루터 입구에서 갈라졌으니, 조산촌 패가 우리보다도 훨씬 먼저 본방에 도착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니 이상합니다.”

도식이가 걱정스러워했다. 도식이 걱정은 당연했다. 북진에서 조산촌과 북진에서 죽령 아래 대강까지 거리를 대충만 가늠해 봐도 대강에 비하면 조산촌은 반절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조산촌 차익수 임방주나 약초꾼 두칠이는 임 북진본방에 도착해 짐을 풀어놓고도 한참을 쉬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더 멀리에서 출발한 경상도 장사꾼들이 먼저 도착했으니 이상하기는 한 일이었다.

“용강이하고 돌병이도 함께 갔으니 별일이야 있겠습니까요. 그러니 좀 더 기다려 보시지요?”

비호가 도식이와 최풍원을 안심시켰다.

조산촌으로 간 패들은 그날 저녁나절에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남한강 가항 종점인 맏밭나루에 있는 영월임방 성두봉이 일행들과 함께 먼저 당도했다. 성두봉 임방주 역시 십 여명의 지게꾼들에게 키보다 배도 높게 짐을 지워 북진본방에 도착했다. 지게꾼들의 지게마다 자루들이 수도 없이 묶여있었고, 개중에는 독을 실은 지게도 있었다.

“성형, 언제 떠나 이제 당도한 것이오?”

최풍원이 영월 성두봉 임방주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저께 일찍 떠났으니 꼬박 사흘이 걸린 셈이네. 이번엔 짐들이 좀 많아 이 사람들이 고생을 퍽 했다네!”

성두봉이 함께 온 지게꾼들을 다독이며 최풍원의 물음에 답했다.

“저렇게 많은 짐을 지고 거기서 사흘 만에 왔다면 퍽이나 서두른 모양일세. 마소에 지워왔어도 그 시간은 걸렸을 걸세. 고생들 하셨구려!”

최풍원도 영월에서 온 지게꾼들을 독려하며 성두봉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늦는 것보단 이른 편이 매사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좀 서둘렀다네.”

“그래, 지난번에 보낸 물목에 적힌 산물들은 모두 가져왔는가?”

최풍원은 비호를 통해 전했던 물목의 산물들을 챙겨왔는지를 물었다. 최풍원이 영월임방에 요구했던 물목은 건버섯, 감자전분, 도토리전분, 칡전분, 칡청, 칡뿌리, 갈근, 말린 토종대추, 꿀 같은 강원도 특산품들이었다.

“여부가 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챙겨왔지”

“다른 것들이라면 뭐를 또 가져왔단 말인가?”

“최 대주도 보면 놀랄 것일세!”

“대체 뭘 가지고 왔기에 그러는가?”

성두봉이 뜸을 들이자 최풍원도 점점 궁금해졌다.

“저 지게에 실린 것이 뭔 줄 아는가?”

성두봉이 부려놓은 여러 지게들 중 하나를 지목했다.

“뭔가?”

“버섯가루라네!”

“마른 버섯을 가지고 오랬더니, 웬 버섯가루를 가져왔단 말인가?”

“건버섯은 당연히 가져왔고, 따로 버섯가루를 또 가져왔지!”

“대체 버섯가루는 뭣에 쓰라고 가져왔는가?”

최풍원은 도대체 성두봉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일전에 북진에 난장이 틀어졌을 때 성두봉은 가져왔던 산물들이 이번에 최풍원이 물목에 적어 보냈던 물산들이었다. 물론 몇몇 품목들은 청풍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성두봉에게 비호를 보내 요청한 까닭은 영월의 산물들이 품질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값도 배는 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생물이 아니라 말리고 갈아서 만든 가공한 산물들이어서 보관하기도 간편하고 운반하기에도 수월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버섯가루를 가지고 왔다고 하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말린 버섯은 더러 들어보았지만 버섯을 가루로 만들었다는 말은 듣느니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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