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 낮은 출산율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장래가 암울하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2003년 한국 가임 여성 1인당 합계 출산율 1.19명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미국 2.01명, 프랑스 1.88명, 영국 1.73명은 물론 일본 1.29명에게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젊은 부부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급한 국가 현안이 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 활동 인구도 줄고 있다. 하지만 의료 기술 발달로 평균 수명은 늘어나기만 해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도 점차 고령화 돼 앞으로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증평군이 ‘요람에서 성인까지 책임진다’는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시책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생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각종 질병에 걸리거나 다칠 경우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 준다는 내용이다. 남자는 17세, 여자는 25세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아이들 건강을 자치단체에서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충북도내 최소 면적, 최소 인구, 최저 예산의 증평군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음은 물론이다.

청원군은 신생아들의 유아용품을 지원하고 있고, 청주시는 한 가정의 둘째나 셋째 아이들에게는 대학교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인구가 한달에 1천명씩이나 늘고 있는 청주시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겠는가. 이처럼 점차 낮아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각 자치단체마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무관심한 듯 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 차원의 뾰족한 대책은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는 분명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더 이상 빠듯한 살림살이를 하는 자치단체에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부모들이 큰 부담 없이 성장시킬 수 있도록 보육과 육아 지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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